<p>존경받는 게임인을 위한 '게임인재단'이 11월 29일 정식으로 출범했다. 다양한 말이 오갔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바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의 소감이었다. ''게임인재단'이 설립이 늦은 감도 있지만, 지금이 최적의 때라고 생각한다.'</p>
<p>지금 게임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중독법'이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기자도 약간의 위기의식을 느껴질 만큼 문제가 되고 있다. 몇몇 기자들은 '정치부 기자가 된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꼭 게임업계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p> <p>기자가 살아오며 가장 큰 시험에 빠졌을 때는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이다. 약 8개월간의 취준생 시절은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이런 암흑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은 빛나는 행운이 아니었다. 바로 더 어두운 시험에 빠졌기 때문이다.</p> <p>막연하게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기자는 한 지인의 도움으로 '게임업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에게 자소서(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 이메일로 자소서와 이력서를 보내고 며칠 뒤, 답장이 왔다. 내용인즉 '메일로는 말하기 어려우니 전화를 하겠다'였다. 드라마를 많이 본 탓인지 전화가 오기 전까지 '설마 내 이력서와 자소서가 너무 괜찮아서 뽑아가려는 것인가?'라는 설렘으로 가득했다.</p> <p>물론 엄청난 착각이었다.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학생은 왜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요?' '게임이 좋아서요.'
'전혀 이력서랑 자소서에서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데요?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만 했는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왜 아무것도 안했어요?' '그렇긴 하지만..'
'그냥 다른 일을 알아봐요. 이런 이력서와 자소서로는 절대 어떤 게임 회사도 못 들어가요'</p> <p>당시에는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절대 못가요'라고 말해? 웃기는 사람이네'라고 생각을 했지만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정말 그 이력서와 자소서로는 날 뽑아주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그리고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날 뽑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더 분했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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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이후 멘탈이 붕괴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취업을 못할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돌기 때문도 있었다. 하지만, '난 여태 뭐했지?'라며 자기 반성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게임 관련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을 찾았다. 마침 지스타(G-Star)를 한 달 앞둔 시점이라 서포터즈로 참여할 수 있었다.</p> <p>이후 한 줄의 짧은 경력을 더한 이력서와 자소서는 더 이상 외면받지 않았다. 현재 국장님은 기자를 뽑은 이유 중 하나로 '지스타 경험이 있어 플러스 점수를 주었다'고 말했다. 물론 자소서와 이력서의 퀄리티가 몇 달에 걸쳐 업그레이드 된 탓도 있지만, 결국 그 사람의 쓴소리가 어느 정도 맞았다는 이야기이다.</p> <p>게임업계도 지금 시험에 들었다. 하지만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해보면 게임업계만큼 덩치는 크지만 정치에 관심 없는 곳도 드물다. 워낙 자유로운 업계의 분위기 탓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10살이 다 되도록 한글을 익히지 못한 것이 큰 흉은 아니지만 대놓고 자랑할 만한 것도 안 된다. 모든 일을 정치로 풀어내는 것은 분명 틀린 일이지만, 업계의 입장을 소리 높여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다.</p> <p>'중독법'으로 인해 뒤숭숭하지만, 이로 인해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내며 서로 응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활발한 서명운동뿐만 아니라, 조금 더 나아가서는 '게임개발자연대'나 '게임인재단' 같은 단체가 하나 둘 생겨나며 공신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생겼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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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에 입단한 첫해 '몬스터'라는 별명으로 메이저리그를 뒤흔들어놓은 야구선수 류현진은 직구보다 변화구에서 홈런이 더 많이 나오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변화구가 더 많은 회전을 담고 있어 힘을 받아 멀리 날아가기 때문이라는 것. 즉 치기는 직구보다 변화구가 더 어렵지만,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p> <p>게임업계에 날아온 변화구를 잘 받아 홈런으로 연결할지, 아니면 쳐내지 못하고 '헛스윙'을 연발하다 삼진아웃이 될지는 배트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달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구에 당황해 포기하거나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되든 안되든 앞으로 나가 힘껏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이 아닐까?</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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