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코빗' 이어 결제 매장 등장
증시선 '짝퉁 테마주' 연일 급등락
한은, 지난달 세미나 이어 곧 보고서
[ 박병종 기자 ]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이 등장한 것에서 보듯 한국도 ‘비트코인 무풍지대’는 아니다. 국내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Korbit)이 지난 4월 설립된 후 거래가 차츰 늘어 지금은 하루 3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이 이곳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짝퉁’ 비트코인 테마주가 하루가 멀다 하고 급등락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트코인 이용, 확산 일로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매장이 없었는데도 비트코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가치가 급등세를 타고 있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는 것은 물론 해외 쇼핑몰을 이용한 물품 구매도 중요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번에 비트코인 결제 매장이 등장하면서 한국 내 비트코인 유통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진화 코빗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가맹점 등장으로 한국에서는 실체 없는 가상화폐로만 알려졌던 비트코인이 실질적인 지급 수단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의 투기적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크게 연관성이 없는 종목까지 비트코인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등락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달 19일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빠르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지급 시스템”이라고 언급한 후 이들 회사의 주가는 최대 40%까지 급등했다. 현재 1100달러 정도에 거래되며 연초(13달러)보다 80배 이상 오른 비트코인 가치에 편승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아직은 준비 안돼”
금융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대부분 비트코인의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선욱 금융위원회 정책홍보팀장은 “최근 새로 나온 이슈이고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세계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거래량도 적고 거래소도 하나라 별로 문제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종수 금융감독원 공보관도 “세 군데 부서에 전화를 해봐도 의견을 줄 수 있을 만큼 잘 아는 데가 없다”며 “화폐의 관점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비트코인의 익명성 탓에 탈세와 돈세탁 우려가 나오는 만큼 국세청에도 문의했다. 하지만 천영익 국세청 전자세원과장은 “한국에서는 아직 지급 수단으로 상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책을 내놓을 단계가 아니다”며 “희소성이 있는 상품의 일종으로 봐야지 아직 화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응을 하고 있는 곳은 한국은행 정도다. 한은은 지난달 12일 ‘비트코인 세미나’를 연 데 이어 2일에는 관련 보고서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를 대체하는 지급·결제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가치 변동성이 심하고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 디플레이션(통화 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은은 “위조 가능성이 낮고 물리적 제약이 없으며 수수료가 저렴하다”고 장점을 인정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독일은 이미 합법적인 통화로 인정했고 영국은 국가가 관리하는 거래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비트코인과 비슷한 가상화폐가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상황에서 당국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대안 화폐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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