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국민은행장은 27일 국민은행의 잇따른 비리와 부실 의혹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 행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임직원 30여명과 함께 나와 "최근 발생한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커다란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됐다"며 "은행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2만2천여 임직원과 함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도쿄(東京)지점 비자금 조성 사건과 국민주택기금 채권 위조·횡령 사건을 두고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하는 은행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이번 금융사고의 진상과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쇄신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국민주택채권 지급 등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고객에게 조금의 피해도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며 "고객 피해가 있다면 철저하게 배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행장은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모든 사안에 대해선 궁극적으로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어느 만큼의 책임이 있는지는 감독당국과 수사당국이 밝힐 부분이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은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임원을 모아 가동한 경영쇄신위원회에서 우리의 모든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한두 가지 행동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총체적으로 모든 역량을 모아서 경영쇄신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 행장은 그러나 도쿄지점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자금 흐름, 횡령 사건의 정확한 규모와 연루자 수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당국의 검사와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국민은행이 2대 주주로 있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추가 부실 의혹과 관련해선 "현지 감독당국이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충당금 적립액과 관련된 논의가 있지만, 대규모 부실이 새로 발생하거나 그런 사실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베이징(北京) 법인장·부법인장 교체가 당국의 권고와 상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현지 당국의 양해를 얻어 인사가 이뤄지는 시점에 공교롭게 임기를 보장하라는 당국의 권고가 있었음을 거론하면서 "내부 보고 과정에서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감독당국에 사실 관계를 규명했다"고 해명했다.
일련의 사건이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의 비리를 들춰내는 '어윤대 라인 퍼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선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여러 사안이 공교롭게 시기적으로 겹친 부분이 있다"고 '음모론'을 일축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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