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세입자 눌러앉기…노년층 인구 증가도 한몫
[ 김보형 / 고은이 기자 ]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난달 주거지를 옮긴 사람 숫자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그쳤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10월 국내 인구이동’에 따르면 지난달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인구(이동자 수)는 63만8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64만4000명)보다 6000명(1.0%)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이동자 수는 지난 8월부터 3개월째 감소세다. 10월 기준으로는 197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이동률(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도 1.26%로 전년 동기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인구 이동자 수 감소는 주택 거래 침체에 따른 전세난 등 부동산 여파와 노년층 인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10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9만281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9% 증가했다. 하지만 10월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11만897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0.4% 감소했다. 주택 매매가 늘긴 했지만, 전·월세 가격 등 임대료 상승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포기하고 ‘기존 주택에 눌러앉는 세입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지역별로도 전세난과 관련된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기(2900명)와 인천(2207명) 충남(1679명) 등 11개 시·도는 순유입을 보인 반면 서울(-8773명)과 부산(-1835명) 대구(-743명) 등 6개 시·도는 순유출을 기록했다. 서울은 2009년 3월 이후 4년7개월 연속 순유출을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되자 서울에서 전셋집을 못 구한 세입자들이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한편 노년층 증가로 인구 이동이 ‘장기 감소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인구 이동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올 들어 10월까지 이동자 수는 608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1만명)보다 12만3000명(2.0%) 줄었다. 주택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이삿짐을 싼 사람이 늘었던 1, 6, 7월 석 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김보형/세종=고은이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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