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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경영노트 - 최경운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rje216@lgeri.com >

'역동적인 삶' 나이키 퓨얼밴드, '소유보다 실속형 삶' 렌터카 집카
고객의 삶 파고든 마케팅 성공



2001년 미국에서 개발된 1인용 이동수단 ‘세그웨이(Segway)’는 혁신적이었다. 무게중심을 옮겨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고, 전기 충전 한 번에 최대 39㎞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케팅에서 ‘세그웨이’는 실패 사례였다. 탁월한 성능과 기술만 늘어놓은 나머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교외에 사는 중·장년의 삶에 활력을 더해줄 레저기기’라는 점을 알렸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세그웨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마케팅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제품이 아니라 제품이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해야 한다.

나이키의 퓨얼밴드(Fuelband·사용자의 운동 정보를 수집하는 건강관리 손목 밴드)가 성공한 것도 이 같은 노력 덕분이다. 퓨얼밴드는 소비자의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 트래커(life tracker)’ 시장을 열었다. 나이키보다 먼저 이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측정의 정확성, 방수 여부 등 기능적인 면을 강조했다. 하지만 나이키의 접근 방법은 달랐다. ‘역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는 삶’이라는 모토 아래 제품과 디자인 등 모든 요소를 결합했다.

퓨얼밴드 운동량이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퓨얼밴드에 박힌 발광다이오드(LED) 램프가 빨간색에서 노란색을 거쳐 초록색으로 바뀐다. 사용자들은 초록색 표시를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하게 된다. 다른 브랜드들이 시계 모양을 고수할 때 나이키는 팔찌를 떠올렸다. 나이키는 이 모든 것을 ‘인생은 스포츠다. 의미 있게 만들자(Life Is A Sport, Make It Count)’라는 구호로 표현했다. 우리의 삶은 스포츠처럼 역동적이어야 한다. 삶을 측정(count)함으로써 의미 있게(count) 만들자는 의미다. 나아가 나이키 사용자 커뮤니티인 ‘나이키 플러스(Nike+)’를 통해 다른 사용자와 활동량을 공유하고 경쟁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회원제 렌터카 회사인 집카(Zipcar)도 비슷한 사례다. 자동차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고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는 실속형 삶’을 살자고 설득한다. 이를 통해 시간 단위로 빌려 쓰는 카셰어링(carsharing) 시장을 여는 데 성공했다.

집카는 고객의 사무실이나 집 기준으로 걸어서 5분 안에 차를 찾을 수 있게 했다. 또 보험, 주유 등의 비용을 사용비에 포함시켰다. 인터넷으로 차량을 예약하고, 회원 카드로 차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 편리함을 강조했다.

‘공짜 점심은 없지만 공짜 기름과 보험은 있다’ ‘집카는 골치 아픈 자동차 부품 걱정 없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다’ 등 슬로건도 재미있다. 차량을 세련된 라임색 폭스바겐 비틀로 채우고, 브랜드 역시 자동차의 불편함을 휙(zip) 날려버리겠다는 경쾌한 느낌의 ‘Zipcar’로 선택했다.

미래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착용하는 기기) 등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시도들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제품의 존재 이유를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시장을 열 때는 고객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시켜야 한다. 고객의 삶을 폭넓게 관찰하고, 거침없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최경운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rje216@lgeri.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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