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받는 서비스로 체질개선하고
개별여행객 편의성은 더욱 높여야"
김남조 <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 njkim@hanyang.ac.kr >
중국이 지난달 1일 개정 관광법을 시행함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을 주로 유치해온 국내 관광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관광법은 한국의 관광진흥법에 해당되는데, 이 중 국내 관광시장과 직접 관련된 것은 여행사 및 가이드에 대한 권리와 의무, 책임 관련 규정과 처벌 등에 관한 조항이다. 관광법에서는 여행사가 초저가 관광상품을 기획하거나 쇼핑 및 옵션 강요 금지, 무자격 가이드 고용 금지, 기획여행 일정의 임의 변경 금지, 별도의 서비스 요금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만일 여행사가 이를 어겼을 때는 상당한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영업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관광법 시행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노마진, 마이너스 마진의 기획여행상품을 팔던 국내 소형여행사들이 당장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관광법 시행 직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요가 여행사에 따라 30~60% 정도 감소하면서 영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옵션상품과 외국인 전용 관광기념품판매점 등에서 챙기던 수수료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행상품도 30% 정도 오른 가격으로 팔리게 된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개념체계에서 보면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하듯이, 여행상품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그동안 저가 여행상품에 익숙했던 중국인 관광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하게 된 것이다. 사실, 관광법에 의해 출시된 여행상품은 현지에서의 옵션상품 수수료, 서비스 수수료 등과 같은 영업마진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관광객 입장에서는 종전과 비슷한 총여행비용을 들이게 된다. 하지만 수요자는 명시된 상품가격을 보고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게 보통이어서 새로이 조정된 여행상품은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보일 것이다.
중국인의 해외여행에 대한 감소는 일시적일 수 있다. 관광은 사치재나 고급재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서 소득이 증가하면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행상품은 소득의 증가분에 대한 수요의 증가분이 더 큰 재화적 특성을 보인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현재와 같이 명시된 가격이 오른 해외여행상품에 적응하리라 본다. 더욱이 중국의 해외관광 수요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이제 막 빗장이 풀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 거대한 해외관광에 대한 열망을 이 정도의 제도로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중국 관광법의 개정과 시행은 한국 여행상품의 질을 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저가, 저질 여행상품을 심히 비판하면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시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동안 추구해왔던 고품질의 여행상품이 중국 관광법의 개정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비록 중국 관광법이란 외부적 요인으로 시장이 구조조정되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 관광시장의 체질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소규모의 여행사가 연합해 경쟁력 있는 여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고, 가격경쟁력 탓에 기획했으나 실행하지 못했던 관광상품들도 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장의 기능에 의존하기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관광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정책적 혜안이 필요하다. 중국인 단체관광 수요는 감소한 반면, 개별여행 수요는 증가추세에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중국인 개별 여행객들에 대한 국내 관광편의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오른 여행상품 가격이 팁과 마진 등이 포함된 정상가격이고 쾌적한 한국관광을 즐길 수 있게 됐음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국내 소형여행사와 관련사업체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리라 본다.
김남조 <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 njkim@hanyang.ac.kr</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