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건전재정포럼(대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어제 정책토론회를 열고 장래 어느 시점에서의 돌발적인 국가부도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재정준칙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전 장관은 이를 위해 5대 건전재정준칙을 제시했다. 세입세출 예산의 수지균형 원칙 준수, 대통령 임기 중 국가부채 증가한도 법제화, 새로운 의무지출 도입시 상응하는 세입 대책 마련, 사회보험과 공공기금의 부채한도 국회 승인, 국영기업과 지방공기업 재정수지 균형 준수 의무화가 골자다. 강 전 장관은 어제 한경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이 같은 제안을 밝혔다.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일본도 악화된 재정건전성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36~37%로 250%에 달하는 일본은 물론 100%를 오르내리는 서구 선진국에 비해서는 양호하다. 하지만 급격한 복지예산 증가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모두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올해 23조4000억원, 내년 25조9000억원의 적자재정을 편성했고 이런 상황은 2017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내년 500조원, 2017년에는 600조원을 각각 넘어설 것이 예상된다. 여기에 공기업과 공공부문 부채를 포함하면 당장 국가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GDP 대비 부채비율은 국제기구들이 위험선으로 보는 40%를 훌쩍 넘어 75%선까지 높아진다.
이미 재정적자 누적→국가채무 증가→이자부담 증가→재정적자 확대의 악순환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 전 장관의 호소는 충분히 그 시급성이 인정된다. 국회와 정부는 강 전 장관을 비롯한 원로들의 제안을 토대로 재정건전성을 제도화할 구체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길 바란다. 또 그것은 국회와 정부를 포퓰리즘에서 자유롭게 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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