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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인문학 참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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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주목받는 인문학 바람 반갑지만
교과서 요약한 것 같은 '참고서'라니…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 >



요즘 매달 한 번씩 직원들과 호프데이를 열고 있다. 소통을 위한 자리지만 짧은 시간에 나누는 대화에는 한계가 있는지라 짧은 대화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책을 한 권씩 건넨다. 내 책을 고를 때와 달리 젊은 직원들을 위한 책을 고르는 게 쉽지 않다. 그들의 관심사나 취향을 짐작하기 어렵고, 자칫 내 취향대로 골랐다가 ‘꼰대’ 소리나 듣지 않을까 소심해지기도 한다.

결국 외부의 도움을 받고자 국내 한 서점이 발표한 베스트셀러 목록을 훑어봤다. 뉴스 등을 통해 듣긴 했으나 실제로 자기계발서가 상당수를 차지했고, 소위 멘토라 불리는 저자들의 책이 상위권에 올라 있었다. 순수 인문학으로 분류할 만한 책은 두어 권에 불과했다.

내친김에 아들 녀석의 책꽂이도 살펴봤다. 요즘 취업 준비에 한창인지라 별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 공대 출신답게 두꺼운 전공책과 준비 중인 시험 관련 책이 대부분이었다. 중학생 무렵에 사다 준 삼국지가 그나마 눈에 띄었다.

‘노땅’ 티를 잠깐 내보자면, 필자의 대학 시절에는 전공과 관계없이 ‘문·철·사(文·哲·史)’ 읽기가 필수과정으로 여겨졌다. 문학을 통해 깊은 감정의 울림을 경험하고,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철학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더하라는 뻔한(?) 얘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으레 고전을 읽으며 인생과 시대를 논하곤 했다. 하다못해 겉멋으로라도 그럴싸한 철학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인문학 위기론과 더불어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 반갑기 그지없다.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이들의 문제해결 능력에 주목하며 기업에서도 중시 여기는 추세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교과서를 요약 정리한 참고서와 유사한 인문학 참고서들의 등장이다. 인문학에서 요약정리라는 게 과연 가능한가?

필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핵심은 고전읽기다. 그 많은 고전을 언제 다 읽나 하겠지만 한 권, 두 권 읽어가며 책꽂이를 채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 고전 몇 권을 주문해 아들 책상에도 올려놓았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어쩔 수 없는 꼰대의 잔소리였던 걸까.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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