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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사기극에 당한 삼일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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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나온 회계사 속이려 日 허위 납품사로 데려가
"간판·명함 모두 가짜였다"



[ 김병일 기자 ] 최근 부실 회계감사로 코스닥 상장폐지 업체 포휴먼의 주주 137명에게 140억원을 물어주라는 1심 판결을 선고받은 삼일회계법인이 “우리도 속았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영화 ‘스팅’의 사기 수법과 유사한 포휴먼 측의 능숙한 연출에 직원이 감쪽같이 당했다는 것이다.

스팅은 1930년대 미국 시카고의 가짜 사설경마도박장을 무대로 삼았지만 ‘포휴먼판 스팅’은 일본 도쿄가 무대였다. 2010년 3월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곽모씨는 포휴먼 대표 이모씨와 함께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 자회사 실사를 위해서였다. 포휴먼 계열사 에프애치의 장부상에는 일본 자회사인 포휴먼재팬에 자동차 매연 저감장치 680억원어치를 팔았다고 적혀 있었는데 채권 회수가 오랫동안 지연되고 있었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포휴먼재팬이 매연 저감장치를 최종적으로 납품하는 신명화오토엔지니어링 본사를 방문해 허위 매출 여부를 확인할 작정이었다.

곽씨가 안내받은 건물에는 신명화오토엔지니어링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건물 주소도 포휴먼 측에서 받은 것과 일치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일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받은 명함으로 그가 신명화오토엔지니어링 소속임을 알 수 있었고, 그에게 “납품이 실제 이뤄졌다”는 설명도 들었다.

그런데 모두 가짜였다. 국내로 돌아와 확인해보니 이 직원은 포휴먼재팬의 일본인 고문이었고, 간판과 명함도 모두 급조된 것이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19일 “당시 간판 사진도 찍어왔는데 모두 가짜로 드러나 황당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에 잘못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신명화오토엔지니어링의 정확한 주소를 직접 파악하고, 피고 이씨의 안내만 따를 게 아니라 합리적 의구심을 갖고 독립적으로 현지 실사를 진행했다면 허위 사업장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이런 절차를 소홀히 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포휴먼이 삼성전자에 PFC(과불화탄소) 가스 제거장치를 납품한 것처럼 꾸미는 등 분식회계한 사실을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책임 등을 물어 삼일회계법인에 주주들의 청구액 30%를 배상토록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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