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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빛나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캠핑, '브레이브 하트'·'카멜롯의 전설' 영화 속 장면이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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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5성급 호텔 버금가는
자연이 선사하는 캠핑지

거친 들판·호수·탁트인 시야
백파이프 선율 귓가에

네스호 괴물은 어디가고
낚시하려는 관광객만 북적



[ 허준규 기자 ]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 캠핑을 하면 마치 6성급 호텔에서 묵은 듯한 호사스러운 기분이 든다. 비싼 장비를 사용해 캠핑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부유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캠핑장 뒤로 펼쳐진 눈부신 자연 때문이다. 자연이 스스로 말을 거는 곳, 신화와 전설이 숨어 있는 네스호 근처에 있는 하이랜드로 캠핑여행을 떠나보자.

스코틀랜드 민요의 배경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역을 돌아보기 위한 기점은 글래스고다. 글래스고는 연중 5000㎜의 많은 비가 내리는 지역이다. 글래스고를 빠져나올 즈음 하늘에 구름이 낮게 깔리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차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로치로먼드 앤드 더 트로사크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82번 국도로 향했다.

글래스고에서 한 시간에 만에 도착한 스코틀랜드 최대 호수 로크 로몬드는 넓이 71.1㎢, 길이 40㎞, 최대수심이 204m다. 역시 그 명성답게 호수 주위에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카누잉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연 속에 빠져 있다. 우리 귀에도 익숙한 스코틀랜드 민요 ‘로크 로몬드’의 배경이기도 한 곳이라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일행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곳은 호수 동쪽의 고요한 모래사장으로 잘 가꾸어진 밀래로치베이 캠프사이트. 화장실, 샤워실, 식기류와 세탁장비 등 훌륭한 시설은 5성급 호텔에 버금간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과 보트도 제공하고 있다.

이튿날이 되자 비를 머금은 구름은 저 멀리 사라지고 하이랜드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포트윌리엄까지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82번 국도는 로드투어의 백미다. 마치 하이랜드의 모든 경관을 축소해서 모아놓은 듯하다. ‘신이 선물한 드라이브 길’이라는 표현은 지나친 과장일까. 글렌코에 다다르면 결코 과장법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빽빽한 산림이 우거진 한국의 지형과는 달리 나무라고는 없이 풀로 덮인 거친 바위언덕과 바람이 부는 대로 여기저기 들풀이 누워 있는 거친 들판. 탁 트인 시야가 주는 청량감은 콧등 시린 기분을 선사한다.

비감 어린 자연, 글렌코의 밤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득하게 만든다. 사실 스코틀랜드의 슬픈 역사만큼이나 비경을 자랑하는 트레킹 명소인 글렌코 또한 슬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여기에 왠지 서글픈 느낌의 백파이프 음색이 겹쳐지면 풍경은 더욱 묘한 분위기로 다가온다.

1692년 원래 스코틀랜드 왕가 혈통인 제임스 2세를 쫓아내고 왕위를 노린 오렌지 공작 윌리엄은 스코틀랜드에 복종을 요구한다. 모든 부족이 충성서약서를 제출했지만 맥도널드족만 기한 안에 서약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그러자 캠벨족이 글렌코의 맥도널드족 마을을 습격해 노인, 아이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인 살육을 저질렀고, 수백명이 희생당했다. 광활한 목초지 언덕을 보니 이 같은 스코틀랜드의 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스틸컷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스카치위스키와 함께 백파이프 연주 음악을 들으며 방문자센터 옆 캠프장에서 글렌코에서의 밤을 보내자니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괴물이 산다는 네스호

82번 국도는 계속 이어진다. 어색했던 운전대 위치가 제법 몸에 익을 때쯤 도착한 곳은 바로 네스호다. 어릴 적 어린이잡지 ‘어깨동무’나 ‘새소년’ 등의 지면을 단골로 차지하던 그 네스호의 괴물 이야기를 들은 것은 글래스고에 도착한 뒤였다. 네스호에 괴물 ‘네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1933년 관광객 부부가 도로에서 괴물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맞는지, 여느 관광객처럼 네스호를 따라 난 호반도로를 천천히 달리며 확인해볼 터였다.

네스호는 기다랗다. 산악지대의 가운데에 난 길이 36㎞, 평균 너비 1.6㎞의 가늘고 긴 호수는 산을 양쪽으로 끼고 내달린다. 구글 지도로 보면 얼마나 긴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북동쪽 인버네스에서 남서쪽 끝 포트 오거스터스라는 마을까지다. 네시를 보겠다는 사람들은 네스호 관광 브로슈어 어디에나 나오는 아름다운 고성인 어르커트성 앞 커다란 주차장에 관광버스를 세우고 차례로 줄을 서서 들어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낚시꾼들만 가득하다.

네시의 도시 인베네스를 뒤로하고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글래스고 동북부에 있는 16세기의 성(聖) 스털링 성(城). 스코틀랜드 르네상스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인데, 스털링은 포스강에서 항해를 할 수 있는 최상류 지점이며 아일랜드로 가는 길목을 장악하고 있어 스코틀랜드 독립투쟁의 핵심 요충지였다.

바위절벽 위에 있는 성에 오르면 이 일대 유명한 전투 격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주차장 동쪽 성벽에 서면 고원지대 산기슭 애비 크랙에 높이 67m의 ‘윌리엄 웰레스 기념비’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1297년 스털링 브리지 전투에서 잉글랜드군을 물리친 윌리엄 윌레스를 기리는 이 탑은 빅토리아 양식의 걸작이다.

지금은 군사적 역할을 하지 않지만 스털링 성은 1881년부터 비교적 근래인 1964년까지 이 일대 신병보충대의 소집소로 쓰였다고 한다. 성은 정부기관에서 관리하고 있고 많은 탐방객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인기 투어코스가 됐다. 글렌코 산골짜기에서 울려 퍼지는 신기한 백파이프의 선율, 물 좋은 계곡 속에 무르익는 위스키, 언제든지 튀어나올 것 같은 네스호수의 괴물, ‘하이랜더’ ‘카멜롯의 전설’ ‘브레이브 하트’ 등의 영화 로케이션 현장을 복기하며 이틀 전 출발지였던 글래스코로 돌아오면 여정은 일단락된다.

글래스코(영국)=허준규 캠핑전문가 campingii@naver.com

여행팁

대한항공은 인천에서 글래스고까지 월~금요일 날마다 직항 항공편을 운항한다.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출발하는 글래스고(에든버러 경유)행 기차가 오전 6시15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8차례 운행된다. 글래스고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시간30분. 캠핑여행 전문 여행사인 캠핑협동조합(campingcoop.or.kr)에서 스코틀랜드 북부를 다니며 간단한 트레킹과 선진 캠핑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판매 중이다. 캠핑협동조합 (070)7006-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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