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라즐로 보크 구글 인사총괄 수석부사장
매년 5000명 최고인재 채용…자율성 보장이 인재유치 비결
색깔 이용해 성향 구분…면접 네 단계면 충분히 검증
[ 김보영 기자 ]
“가장 궁금증이 많고 창의적인 인재는 40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뭔가를 만들어내려 하죠. 이들을 뽑는 것도 쉽지 않지만 붙잡아두는 것도 일입니다.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 회사에 애착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인재 유치의 비결입니다.”
라즐로 보크 구글 인사총괄 수석부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구글이 매년 뽑는 5000여명의 신입사원에 속하는 것은 예일대에 입학하기보다 힘들다”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리하고, 자율성에 근거해 깊은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기준 40여개국 70여개 사무실에서 4만6421명이 일하는 구글의 인사 비결을 살펴봤다.
▷구글이 허용하는 자율성은 어디까지인가.
“구글에서 직원들은 스스로 모든 일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그룹을 만든다. 한국과 일본의 ‘구글러(구글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얘기를 곧잘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사무실에서는 명상 모임을 만들었다. 구글은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선하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자율성을 부여하며, 소프트웨어 핵심 소스코드와 같은 민감한 정보도 말단 직원에게까지 공개한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도 있다.
“구글의 채용 시스템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방만하게 일할 것 같은 지원자는 채용 과정에서 걸러진다. 보수적이라 함은 (조직에) ‘나쁜 사람’을 들이는 리스크를 떠안느니 차라리 몇몇 우수한 지원자를 뽑지 않아 채용 성공률을 100%에 가깝게 높인다는 뜻이다. 구글러들의 자정 노력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야근을 할 때만 가져갈 수 있는 공짜 음식을 누군가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면 ‘(야근할 때만 가져갈 수 있는 음식인데) 세 끼 식사를 한꺼번에 가져갈 만큼 길게 야근하는 거야?’라는 농담을 던지는 식이다.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가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입사한 직원을 회사에 머무르게 하는 비결은.
“인재 관리는 ‘결혼’과 비슷하다. 식을 올렸다고 마음을 놓으면 안 되고, 배우자가 헤어지고 싶어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쉽고 재미있게 회사생활을 하는 우수 직원을 붙들기 위해 구글은 주식이나 보너스 등 금전적 보상을 제공할 뿐 아니라 남들을 가르칠 기회를 준다. 주인의식은 회사에 오래 남게 하는 비결이다. 구글에서 주는 20%의 자유시간을 이용해 다른 직원들에게 기술 자문을 해주는 ‘엔지니어링 어드바이저’ 그룹이 대표적이다. 뒤처지는 직원에게는 그와 같은 눈높이에서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다른 문화권에서 와 능력이 과소 평가되는 직원은 없나.
“구글은 ‘오타쿠(마니아)’가 일하기에 좋은 직장이다. 영업사원과 정반대 성격을 가진 수학자 물리학자 공학자가 많고 이들을 존중한다. 채용 단계에서도 내성적이거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칠판에 아는 것을 써보라고 한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와 같은 전통적 방식이 아니라 주황 파랑 초록 노랑 등 색깔로 성향을 분류해 사회성이 없는 직원을 이상하게 여기는 대신 ‘이 사람은 주황색 성향이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할 수 있게끔 한다.”
▷길었던 채용 단계가 짧아졌는데.
“처음에는 반년 동안 14~15회에 이르는 면접을 봐야 구글의 신입사원이 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약 두 달 동안 4~5회에 이르는 면접만 보면 된다. 데이터 분석 결과 네 번 이상의 면접을 거쳐 봤자 판단의 정확도가 고작 1%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회사뿐 아니라 지원자의 시간도 낭비하는 일종의 ‘고문’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구글이 관료적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느낌을 받는 이유는 회사가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가르치는 것 중 하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라’는 것이다. 하루는 제프 휴버 수석부사장에게 한 직원이 찾아와 ‘구글이 너무 관료적이어서 일을 할 수 없다’고 불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없다고 주장한 20가지 일 중 담당자와의 대화를 통해 고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예컨대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은 담당자에게 요청하면 바로 얻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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