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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日王을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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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 도쿄=안재석 기자 ] 지난 13일 야마모토 다로 일본 참의원에게 우편물 하나가 배달됐다. 내용물은 편지 한 장과 날이 시퍼런 과도 하나. 편지지에는 섬뜩한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척살단을 파견하겠다.” 일본 수사드라마에서나 보던 전형적인 ‘살인예고’ 문구였다. 발신인은 ‘일본 민족독립해방전선’. 일본 경찰은 극우단체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야마모토 의원은 무슨 ‘죽을죄’를 진 걸까. 사건은 지난달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도쿄 아카사카공원에서 대형 가든파티가 열렸다. 일왕 부부가 주최한 이 파티에는 국회의원, 관료, 문화계 인사 등 1800여명이 참석했다. 야마모토 의원은 일왕이 자신 쪽으로 다가오자 원전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10장 분량의 편지를 직접 전달했다. 일왕은 편지를 일단 받은 뒤 수행 중인 시종장에게 전달했다.

이게 사건의 전말이다. 외국인의 눈엔 그리 불경스러운 장면이 없다. 하지만 다음날 일본열도는 뒤집어졌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할 것 없이 모두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일본의 거의 모든 매체도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여당 인사들의 비난은 대부분 “감히 어떻게”로 시작됐다. 한마디로 무엄하다는 것. 대표적 극우파인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의원직 사퇴 사유에 해당한다”고 핏대를 올렸다.

야당은 ‘무식하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일왕은 ‘정치와는 무관한 상징적인 존재’라는 현행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이라는 얘기다. 야마모토 의원은 영화배우 출신으로 38세에 불과한 초선이다. 그래도 용서는 없었다. “규칙을 몰랐다. 공부를 하지 않은 탓”이라고 언론을 통해 수차례 자학을 했지만, ‘버스’는 떠난 뒤였다.

비슷한 일은 얼마 전에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왕 사죄 발언이 그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는 그나마 시끌시끌한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일왕을 언급하자마자 일본의 여론은 단박에 비판 일색으로 돌변했다.

이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천황’을 ‘일왕’으로 격하해 부른다고 없어질 일이 아니다. 알 수 없는 일본의 최근 행보. 그 퍼즐을 푸는 첫 번째 열쇠는 ‘일왕’이 아닐까.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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