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운 기자] 성관계를 한 적이 없는 여성의 자궁에 혹이 생긴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주인공 고병희(고현정 역)는 3류 성인잡지 기자지만 실제로는 성에 대해 무지한 노처녀다. 어느 날 심한 생리통으로 산부인과를 찾은 고병희는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성경험도 없었는데 자궁에 혹이 생겼다는 사실도 황당하지만 근종이 악화되거나 아이를 낳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펑펑 눈물을 쏟는다.
실제로 가벼운 두통만 찾아와도 약을 챙겨먹고 요란을 떨면서도 정작 자신의 몸 안에 중요한 장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 “한 달에 한번 씩 자기를 좀 봐달라고 그렇게 신호를 보냈었는데…”하는 여주인공의 독백을 가만히 듣다보니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며 그때서야 자궁건강에 신경을 기울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궁근종은 주로 가임 연령인 30~45세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인과 질환으로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약 40~50%가 자궁근종을 가지고 있다. 최근 4년간 21%나 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청소년이나 20대 젊은 미혼여성의 발병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근종이 10cm이상 커지면 복부에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고 생리가 끝나지 않고 7일 이상 지속됨과 동시에 생리 혈이 과도하게 많아진다. 생리를 전후로 한 극심한 복부 통증, 하혈, 냉대하, 분비물의 악취 등이 있거나 자궁 팽만감, 하복부 불쾌감 등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자궁근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자궁근종이 커지면서 신경을 누르면 요통이나 골반 내 타 장기를 압박해 여러 가지 합병증과 함께 월경장애, 불임, 자궁적출까지 야기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방광을 누르면 요실금, 배뇨장애, 만성방광염이 발생될 수 있다. 요관을 누르면 방광으로 소변이 내려오지 못해 신장에 소변이 차는 수신증, 직장을 누르면 변비, 구역질,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 골반의 혈관을 누르면 하지정맥류, 하지부종, 하지냉감을 일으킬 수 있고 골반 내 신경을 누르면 하지, 허리, 둔부의 신경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출혈로 빈혈이 심해지면 기미, 손발톱이 얇아지거나 잘 부러지고 탈모, 말을 할 때 숨이 차는 증상, 성교통은 물론 우울증이나 피로를 잘 느끼고 쉽게 짜증이 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이 눈에 띄는 증상이 없다. 증상이 있더라도 일상에서 자주 있을 수 있는 소화불량이나 신경과민성 증상 등과 비슷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자궁근종의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MRI를 추천한다. MRI가 비용적 측면에서 다소 부담이 되지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초음파보다 정밀한 진단 및 치료방향 설정, 치료 효과를 높여 자궁선근종, 자궁내막증, 난소암 등이 추가 발견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치료는 보통 자궁근종만 제거하는 수술과 자궁 전체를 들어내는 전자궁적출술을 많이 한다. 자궁근종을 제거하는 수술은 재발률이 높고 전반적인 몸의 조기노화를 초래하여 여성의 평생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는 한방치료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여성클리닉 경희기린한의원 김택 원장은 “한방치료는 여성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자궁근종의 여러 가지 합병증을 직접적으로 낫게 해 줍니다. 자궁의 정상적인 조직부분을 활성화시켜 냉해지고 굳어진 자궁이 정상적인 수축과 순환이 가능하도록 도아 쌓인 어혈과 노폐물을 풀어줌으로써 자궁골반이 원활한 혈액순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자궁근종으로 인해 생긴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등의 증상들을 개선해 자궁이 생리와 임신 등의 올바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절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후라면 자궁근종의 합병증과 수술 후유증 치료 및 재발방지에도 효과적이며 방광염, 질염과 같은 다양한 부인과 질환을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 영화 ‘올 굿 에브리씽’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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