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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부총리에게 듣는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반대…거래 활성화해야 전세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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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아서야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돼야 2014년 3.9% 성장 가능
공기업 임금 과도하게 올리면 그 이상 페널티줄 것"

대담 = 조일훈 경제부장



[ 조일훈 / 김우섭 / 고은이 기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첫날(4일) 여야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건배사를 제의받고 제가 ‘원안 통과’를 외쳤더니 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이 ‘가급적’이란 말을 붙이더군요.”

민주당이 또다시 장외 투쟁에 들어가면서 내년 예산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일정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인터뷰에 나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관심은 온통 국회에 쏠려 있는 듯했다.

▷야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는데.

“정말 걱정이다. 올해는 (예산국회 일정까지) 늦게 시작되는데….”

▷야당이 증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에 협상 카드가 있나.

“야당에서도 모든 사람이 증세를 외치는 건 아니다. 누구나 느끼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볼 때 증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증세 논의를 하면 비과세·감면 축소나 지하경제 양성화 논의가 희석될 수 있다.”

▷올해 ‘세수 펑크’가 컸다.

“비관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 작년보다 10조원 정도 모자란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덜 모자란다. 기본적으로 경제 활성화 덕분이다. 경제가 활성화되면 세입이 늘어난다. 현재로선 정책 방향 전환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최근 ‘동양 사태’에서 금융위원회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앞으로 금융시장을 점검할 때 원칙을 좀 가져야 할 것 같다. 동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도 마찬가지다. 주거래은행과 해당 그룹이 양해각서(MOU)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는데 경영권 문제 때문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건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아직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집을 사는 대신 전세 수요로 몰리는 것이다. 하지만 전셋값이 오른다고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는 정책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매매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를 추진하는데.

“그건 안 된다. 경제 문제를 규제로 풀려고 하면 안 된다. 짜장면 값을 규제하면 양을 줄일 것이다. ‘도시를 망하게 하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폭동을 일으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대료 상한제를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공공임대 주택은 상한제를 할 수 있지만 일반 주택은 그래선 안 된다. 규제가 세지면 전세 물건이 안 나온다.” (현 부총리의 이 발언은 스웨덴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베크가 1971년 “폭격을 제외하면 임대료 통제는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율적인 기술로 보인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내년 3.9% 성장은 공격적 목표 아닌가.

“내년 성장 목표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이 모두 통과된다는 걸 전제로 한 수치다. 그게 통과 안 되면 3.9%가 어렵다. 이런 정책효과를 빼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3.6%)와 비슷할 것이다.”

▷투자 여건이 좋아진다고 보나.

“갈수록 개선되지 않겠나. 올해는 정권 초인 데다 상반기에 정책적 불확실성이 컸다. 아직 경제민주화 입법이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큰 방향은 경제 활성화다. 기업들에 ‘네거티브 시그널(부정적 신호)’은 보내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보호정책으로 외국계만 이득을 본다는 지적이 있다.

“처음 그런 규제를 만들 때는 외국 기업이 들어올 것이란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공정한 경쟁의 장’이란 관점에서 외국 기업에도 국내 기업과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국내 대기업의 공공부문 입찰을 제한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를 외국 기업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상 마찰 소지는 없나.

“외국 기업만 차별하면 안 되지만 같은 규모의 국내외 기업을 함께 규제하는 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외국 기업이 루프홀(규제상 구멍)로 들어오는 건 생각해봐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려고 한다. A부터 Z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인사, 경영관리, 부채, 프로젝트 평가 등 모든 부분을 망라할 계획이다. 특히 방만한 경영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선 그 이상의 페널티를 부과하겠다.”

▷공기업들의 저항이 클 텐데.

“노사협약을 보면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인 게 있다. 고용 승계 규정이나 교육비 지원 같은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노사협약이 법보다 위라는 것이다. 당장은 시정이 어렵다. 이런 건 공기업 경영평가 때 반영해서 점수를 깎겠다. 노사가 만나 이런 제도를 시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올린다는데.

“전기요금이 다른 에너지가격보다 싸다. 연내 가격을 올려서 수요 변화를 유도할 생각이다. 다만 한전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정리=김우섭/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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