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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로 만드는 과학강국] "과학계 '아웃 라이어' 찾아라"…과학벨트 구축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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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 설치
최고 만드는 기초, 안정적 투자·저변확대 우선



[ 김태훈 기자 ]
몇 해 전 ‘아웃라이어’란 책이 인기를 끌었다. 아웃라이어는 보통 사람의 범주를 뛰어넘은 특별한 사람, 즉 천재를 의미한다. 이들의 성공 조건을 찾아 다룬 게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천재란 한 사회적 배경에 따라 ‘발견되는 것,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컨대 컴퓨터 산업의 천재라 할 수 있는 빌 게이츠는 그 당시 접하기 어려웠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고 이것이 그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빌 게이츠에게 컴퓨터가 없었다면 그가 아웃라이어로 등장할 수 있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모차르트와 피아노에도 대입될 수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국내 과학계에서 아웃라이어가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기초과학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노벨상에 도전하기 위한 시도다.

○미래를 여는 투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로 나눠 조성된다. 거점지구는 기초과학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기초과학을 위한 투자에서 가장 1차적인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다. 과학에 대한 탐구를 하는 것도, 이를 통해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브레인이 모여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에는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성실 실패 ’가 도입됐다. 한국의 연구 성공률은 98%에 육박하는데, 이는 실패하지 않을 보수적인 범위 내의 연구만 수행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모험적인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성과에 대한 압박 때문에 도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패를 용인하게 되면 연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세정 IBS 원장은 “대다수 연구자들이 본인에게 배당된 연구비가 국민의 세금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연구에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자들이 행정적인 부분에서 의도치 않게 실수한 것이 연구비 횡령으로 확대 해석되는 일이 많다”며 “제도적으로 행정 인력을 지원해 이런 실수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이온 가속기 ‘라온’

기초과학의 아웃라이어 발굴을 위한 또 하나의 노력은 과감한 연구 설비 투자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피터 힉스는 49년 전 힉스입자 가설을 처음 제시했지만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작년 7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에서 초대형 원자핵 가속기를 통해 힉스입자를 확인하면서 그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첨단 장비가 기초과학 발전에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에는 다양한 연구에 활용 가능한 최첨단 장비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을 구축하고 있다. 라온은 세계 최초로 원형 가속기와 선형 가속기가 결합된 형태로 제작된다. 계획대로 구축이 완료되면 그 자체로 세계적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이온가속기는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실생활에도 다양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에서는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암 치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부터 15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다.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한 치료는 암세포의 DNA만을 파괴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의 피해가 적고 치료 효과도 뛰어나다는 게 관련 독일 연구진의 설명이다.

○사업화 연결하는 기능지구

서 말의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에서 발생한 연구 성과를 기능지구에서 사업화할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능지구에 과학기반 산업체를 유치해 산업단지로 조성하고, 입주한 기업에 대해 과학벨트 투자 펀드 등을 조성,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과학-비즈니스 융합 전문가(PSM)를 양성하는 등 인력 확충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기능지구는 거점지구에서의 연구 성과를 받아만 가는 것이 아니라 거점지구에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거점지구에서 필요한 연구 장비 개발과 장비 운영을 할 수 있는 전문 기술 인력 양성을 통해 거점지구-기능지구 간 선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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