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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카드 한장 들고...고흐·렘브란트를 만나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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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주민 80만명, 자전거 60만대, 시티 트램(전차) 255대, 운하 165개, 교량 1281개, 유리덮개를 갖춘 운하보트 112대, 16~18세기 건물 8863채, 박물관 51개, 미술관 141개, 렘브란트 작품 22점, 고흐 작품 206점, 호텔 377개, 호텔 침상 4만8775개…. 숫자로 살펴본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이모저모다. 과연 운하의 도시, 자전거 천국, 예술의 본고장, 관광객들의 낙원이다.

유럽을 여행할 때는 유레일패스와 도시별 시티카드가 여러모로 유용하다. 암스테르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상 전철인 트램을 비롯해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 암스테르담 시티카드’ 한 장이면 대중교통 이용은 물론 박물관과 미술관도 무료 또는 할인받아 관람할 수 있다. 트램은 몇 번이라도 이용할 수 있어 시내 도처에 촘촘히 자리잡은 박물관, 미술관 등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트램은 대부분 중앙역을 경유하므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시티카드 한 장을 들고 빈센트 반 고흐와 렘브란트 반 린을 만나러 떠난다.

암스테르담을 1박2일 동안 즐기려면 첫째날에는 고흐미술관과 렘브란트하우스, 시립미술관, 국립박물관 등을 관람하는 게 보통이다. 둘째날에는 담광장을 산책하고 안네프랑크하우스를 관람하거나 미피라는 토끼 캐릭터를 창조해낸 그래픽 디자이너 딕 브루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소도시 위트레흐트까지 기차 여행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위트레흐트까지는 편도 27분이 걸린다. 잔 강변의 풍차를 낀 전원마을 잔세스칸스, 꽃시장이 유명한 알스메르, 치즈시장과 벼룩시장으로 소문난 알크마르, 정치도시 헤이그 등도 찾아가면 좋을 곳이다.

눈이 호강하는 고흐미술관 … ‘자화상’ ‘해바라기’ ‘아를의 침실’ 등 걸작들의 향연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남서쪽의 고흐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는 수고를 해야 한다. 고흐미술관에는 ‘펠트모자를 쓴 자화상’ ‘해바라기’ ‘해바라기를 그리는 고흐’ ‘아를의 침실’ ‘추수’ ‘감자를 먹는 사람들’ ‘아몬드블로섬’ ‘고갱의 의자’ ‘구름 낀 하늘 아래의 밀밭’ 등이 영구 소장돼 있다. 워낙 유명한 걸작들이라 하나하나 눈길을 주다 보니 반나절의 시간도 짧게만 느껴진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 앞에서는 숨소리도 크게 내기 어렵다.

빈센트 반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 남부 준더르트에서 태어나 1890년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삶을 마감했다. 서른일곱에 권총으로 자살한 예술가, 살아서는 정신 질환과 생활고로 고통받았으며 죽어서야 지워지지 않는 이름과 사라지지 않는 작품을 남긴 사내. 고흐는 생애 말기의 2년여 동안 자화상 초상화 풍경화 등 위대한 작품들을 창조해냈다.

두 개의 건물로 이뤄진 고흐미술관 밖으로 나와 국립박물관 쪽으로 몇 걸음 가다 보니 뮤지엄광장 한 구석에 기념품 가게가 있다. 유리창마다 걸린 ‘별이 빛나는 밤’ ‘아를르 포룸광장의 카페 테라스’ 같은 명작들의 복사본이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비록 복제품이지만 위대한 예술가의 걸작을 고작 몇 유로만 주면 살 수 있으니 그 또한 싫지 않은 일이다.

고흐미술관과 인접한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은 10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난 4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80개의 전시실에 800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800년의 네덜란드 역사를 대변해준다.

워털루광장역 인근 렘브란트하우스 … 17세기 위대한 화가의 흔적이 그대로

고흐 이전 네덜란드에는 렘브란트(1606~1669)가 있었다. 제분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렘브란트는 1639년부터 1658년까지 20년간 암스테르담에서 살았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야경’은 1642년에 그린 것인데, 28명의 어른과 3명의 어린이가 등장하는 이 그림에는 생생한 활기가 흘러 넘친다. 미술사가들은 이때가 그의 절정기였다고 평가한다. 이 집에서 그는 화상들과 작품을 거래하기도 했다. 벽에는 손님들이 고를 수 있도록 많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지하철이나 트램의 워털루광장역 인근에 있는 렘브란트하우스는 그가 살았던 집이다. 초상이 그려진 원형 돌출 간판을 중심으로 오른쪽의 창문이 많은 옛 건물이 본관, 대형 걸개 그림이 걸린 왼쪽이 신관이다. 본관 건물은 1606~1607년에 지어졌다. 1625년 제작된 암스테르담 시가지 지도에도 이 집이 보인다. 5층 신관의 렘브란트 안내센터에서는 책이나 CD를 통해 렘브란트의 생애와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지층에는 뮤지엄숍이 들어서 있고, 1층과 2층은 전시실이다. 그가 살던 당시의 거실과 부엌 풍경도 재현돼 있다. 그림을 그리던 방과 화구, 에칭(동판화) 작업에 쓰이던 도구, 자화상 등도 방문객을 반겨준다.

워털루광장역 인근에는 렘브란트하우스 외에도 뮤직시어터, 벼룩시장, 네덜란드필름아카데미가 있고, 문트광장 가까운 곳에 렘브란트 동상이 세워진 렘브란트광장이 있다. 이 광장 주변에는 카페와 호텔이 밀집해 매우 번화하다. 렘브란트하우스에서 렘브란트광장이나 중앙역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여서 느긋하게 시내 구경을 하기에 딱 좋다.

한국에는 ‘둘리’ … 네덜란드엔 그래픽 디자이너 딕 브루너가 창조해낸 토끼 ‘미피’

만화가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가 한국이 자랑하는 캐릭터라면 네덜란드에는 딕 브루너(1927~)라는 아동문학가 겸 그래픽 디자이너가 창조해낸 ‘미피’가 있다. 토끼를 의인화한 캐릭터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27분 거리인 위트레흐트시가 미피의 고향이다. 위트레흐트에는 유레일그룹 본사와 딕 브루너전시관, 중앙박물관, 고딕 양식의 돔타워 등이 있다. 차분하고 깨끗한 대학도시여서 암스테르담 시민들의 당일 나들이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먼저 중앙박물관에 들어가니 위트레흐트의 랜드마크인 돔타워 모형과 이 도시에서 활동했던 중세와 근현대 화가들의 유화, 인형의 집으로 재현한 중세 귀족들의 생활상, 근대 디자이너들이 창안한 의자와 가구 등을 두루 만나게 된다.

좁은 길 하나를 건너면 딕 브루너하우스. 그가 만든 캐릭터 미피는 국내에도 그림책으로 널리 소개됐다. 딕 브루너하우스에는 세계 각국어로 번역한 동화책들이 전시돼 있는데 한국어 번역본도 보인다.

암스테르담=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naver.com

여행팁

인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직접 가려면 대한항공과 네덜란드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비행시간은 12시간.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동쪽으로 10분 거리의 로이드호텔은 디자인 호텔로 유명하다. 객실은 총 117개. 1~5성급 스타일의 객실이 전 층에 골고루 배치돼 있다. 1박 요금은 110~500유로. 아이암스테르담 시티카드는 24시간용 42유로, 48시간용 52유로, 72시간용 62유로다. 온라인이나 중앙역 앞과 시내 관광안내소에서도 살 수 있다. 카드가 있으면 횟수와 관계 없이 트램을 이용해 시내 도처의 여행지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 중앙역에서 2, 5, 16, 24번 트램 등을 이용하면 고흐미술관과 시립미술관, 국립미술관, 음악당 콘서트헤보 등이 밀집한 박물관 광장 주변에 닿는다. 상세한 정보는 네덜란드관광청 홈페이지(holland.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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