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 튼튼…경기부양 강화해야"
"한국은 이미 안전 투자처로 인정받아"
[ 고은이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이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한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수출 제조업에만 의존하는 현 경제구조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내수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관련 재정지출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업 규제 완화와 여성의 노동 참여 촉진이 개혁의 열쇠라고도 강조했다.
◆적극적 재정정책 펼쳐야
IMF 연례협의단은 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례협의(Article IV Consultation) 결과 브리핑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발표와 같은 3.7%로 유지했다. 다만 IMF는 “3.7%라는 성장 전망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내수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높고 고령화 부담도 커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IMF는 전반적인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매우 튼튼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 5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발빠른 위기대응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 회복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입지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다만 IMF는 “경기 부양 조치가 조기에 종료돼선 안 된다”며 “충분한 정책적 여력과 불투명한 내수 모멘텀을 감안한다면 향후 경기 전망이 악화될 경우 부양 조치는 더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부양 정책의 초점은 내수가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사벨 마테오스 이 라고 IMF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부국장은 “한국은 추가 재정여력이 충분해 내수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저조한 서비스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의료, 법률, 교육 등 전문서비스 분야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서비스업 진입을 허용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실 중소기업을 유지시키는 중소기업 지원 대책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안전투자처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라고 부국장은 “올여름 시장 혼란기에 한국은 일종의 ‘안전 투자처(save haven)’로 인정받았다”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시작돼도 거시건전성 조치를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화 강세 움직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IMF는 지난 7월 보고서 작성 당시 원화가 2.2~2.8%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후 원화가치가 1.5% 올랐지만 7월의 견해를 바꿀 만큼의 움직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라고 부국장은 “현재 수준의 원화 강세는 수출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한국 수출기업들도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예전에 비해 환율 민감성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한·IMF 연례협의는 한국의 주요 정부부처와 IMF가 1년에 한 번씩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 평가·협의하는 자리다. 이번 발표는 IMF 협의단 차원의 견해로, IMF의 공식견해는 내부 이사회 검토를 거쳐 두 달가량 뒤에 발표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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