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영 기자] 애프터스쿨 맏언니
가희가 지난 10일 솔로앨범 ‘후 아 유(WHO ARE YOU?)’를 발매하고 가요대전에 합류했다. 솔로앨범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애프터스쿨이라는 백그라운드 없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만들어낸 첫 결과물이라는 데 의미가 깊다.
팀을 떠난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가희를 애프터스쿨 리더로 기억한다. 공백기에 그 이미지를 떨쳐낼 만한 무언가를 이룬 적이 없기에 앨범 준비 과정에서 애프터스쿨과 연결되는 모든 환경에서 벗어나 가희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다.
가희는 직접 발로 뛰어 새로운 회사와 커넥팅했고 스타일리스트, 뮤직비디오 팀 등 새로운 스태프를 찾아나섰다. 댄서 출신인 만큼 안무 시안을 직접 검토하기도 하고 콘셉트부터 의상까지 하나하나 신경썼다. 비로소 애프터스쿨과 완전한 독립이 이루어진 셈이다.
하지만 10위권에 안착했던 타이틀곡 ‘잇츠 미(It’s me)’ 음원은 같은 날 신곡을 발매한 정준영, 티아라에 밀려 30위권 밖으로 떨어지면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故 로티풀스카이의 유작으로 언플을 했다는 오명만 뒤집어쓴 채였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 카페에서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가희는 “그런 타이밍에 글을 남기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땐 너무 감성적이었다. 하늘이 곡이라는 걸 무조건 알려야 한다고만 생각했다”고 자신의 일부 경솔했던 행동을 반성했다. 또 “무대만 따졌을 때 하늘이에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다만 음원 성적은 조금 아쉽다. 홍보가 덜 된 것 같기도 하고”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가희에게 큰 줄거리로 나누어 3개의 질문을 던져봤다.
◆ 애프터스쿨을 졸업한 이유
팀을 떠나 2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표한 가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있었다. SNS에 올린 글에도 새로운 출발선에 선 떨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아무 걱정 없이 앨범 준비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부담이 확 밀려오는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컴백할 시기가 돼서는 ‘즐기자’는 마인드가 됐다”고 감회를 전했다.
천하의 가희가 솔로앨범 발표에 앞서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부여잡았다는 건 의외였다. 애프터스쿨에 그대로 남아있었더라면 음원성적이나 퍼포먼스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혼자 짊어지는 일은 없을텐데, 익숙한 길을 두고 왜 굳이 낯선 길을 택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졸업 결정은 일방적인 게 아니라 회사와 가수가 함께 의견을 조율해서 결정해요. 소영이 같은 경우는 연기공부를 위해서, 베카는 미국에 가서 미술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졸업 의사를 밝혔죠. 저는 솔로 활동을 한번 했었기 때문에 솔로 전향을 놓고 회사와 의논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가희의 솔로 활동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작년 새로운 멤버 가은이 영입되면서부터다. 팀내 최연장자인 가희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첫 솔로활동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탓에 스스로 오랜 고민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 결국 5~6년째 계속되는 아이돌 생활에 부담을 느끼고 솔로 전향을 결심하게 됐다.
“그땐 동생들과 나이차가 많다보니 제가 다 끌어가는 입장이었어요. 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때로는 쓴소리도 하고 호되게 굴기도 했는데, 이게 체질에 안 맞았어요. 회사가 저를 믿고 팀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니 힘들기도 했고요. 돌이켜 보면 그땐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신 살았던 걸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애프터스쿨 멤버들과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나도 사적인 친구 대신 멤버들끼리 놀러다닐 정도란다. 가희는 “동생들과 정말 돈독하지만 후회는 없다”면서도 “워낙 차분하고 진지한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가끔 정신없이 일하다 ‘훅’ 하고 쓸쓸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 故 로티플스카이 유작…엇갈리는 평가
가희는 이번 솔로앨범 준비를 위해 2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했다. 컴백일정이 따로 잡히지 않았기에 좋은 곡이 들어오는대로 천천히 준비했다. 얼마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故 로티플스카이에게 받은 타이틀곡 ‘잇츠 미’도 마음에 쏙 들었다. 아직 작곡 실력이 부족해 온전한 자신의 음악을 수록하지는 못했지만 가희는 “100점을 주고 싶을 만큼 만족한다”고 솔로 앨범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늘이에게 음악을 받자마자 드디어 내가 노래할 수 있는 곡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돌스럽지 않으면서 솔로의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을 찾고 있었는데, 이 곡이 딱 그랬거든요. 덥스텝이 들어가서 진부하지도 않고”
하지만 대중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가희 특유의 파워풀하고 매니시한 퍼포먼스에 대한 극찬이 이어진 반면 음악과 가사가 다소 진부하며 가창력이 아쉽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그런거 일일이 신경쓰면 안 되죠. 원래 댓글을 잘 안 보지만 스태프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제가 풀죽어 있으면 안되잖아요. 제게 도움이 되는 의견이면 몰라도 많은 분들 입맛에 따라 헤어나 메이크업을 바꿀 수도 없고. 그냥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면서 사는 편이예요”
실제로 무대 위에서 연출하는 표정 등 수정이 가능한 부분에 한해서는 주위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설명이다. 가희는 “쿨한 외국 모델 표정처럼 ‘무심함’에 초점을 뒀는데 워낙 안무가 와일드하다 보니 오히려 그게 너무 세보인다고하더라. 나중에는 무대 위에서 살짝 부드럽게 웃었다”고 말했다.
“아이돌 사이에서 살아보겠다고 발악하는 큰언니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들은 그들대로 놀게 하고 저는 저의 자리를 찾아갈 거예요. 음원은 아직 답이 없지만 계속 사람들 눈에 띄는 수밖에요”
◆ 가수 외길 가희의 꿈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가희의 향후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다. 긴 연예활동에도 불구,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촬영 등 가수 이외의 다른 활동이 거의 없었던 가희가 연기 욕심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연기를 계속 배우고 있었고 좋은 작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애프터스쿨로 활동할 땐 다른 친구들을 밀어주다 보니 다른 활동을 거의 못했어요. 누가 봐도 저는 연기보다 무대쪽이잖아요. 제가 결혼을 하게 되면 무대에도 서되 연기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잘할 수 있는 건 액션연기, 하고싶은건 로맨틱 코미디인데, 글쎄요. 최대한 열심히 해봐야죠” (사진제공: 플레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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