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400억 횡령 사건’의 범인이 10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04년 우리신용카드 직원과 공모해 회사 자금 400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씨(41)를 구속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김씨는 우리신용카드 자금부 대리 오모씨(41)씨와 과장 박모씨(45) 등과 짜고 2003년 12월2일부터 이듬해 3월29일까지 5차례에 걸쳐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오씨 등이 빼돌린 회삿돈을 자신 명의의 시중은행 계좌 13개에 나누어 이체한 뒤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2000여만원의 카드 빚이 있던 오모씨가 평소 ‘내가 투자의 귀재다’고 자랑하던 초등학교 동창생 김씨에게 범행을 제안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선물 투자로 얻은 이윤만 챙기고 원금은 다시 돌려 놓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2004년 4월 빼돌린 돈을 주식투자로 모두 잃은 뒤 사건이 들통날 것을 우려, 중국으로 도피해 지명수배됐다. 이듬해 1월 몰래 귀국한 김씨는 공사장 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이어오다가 지난 16일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함께 범행한 오씨 역시 발각 직후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같은해 12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지난달 2일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보아 주식 투자 수익금으로 투자회사를 운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식에서 손해를 보면서 계속 회삿돈에 손을 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직 도피 중인 박씨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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