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국전력기술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자들이 별도의 회사를 차려 일부 업무를 가져간 뒤 수의계약 형태로 일감을 독점하다 거액을 받고 회사를 통째로 외국기업에 팔아넘긴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조경태 의원실에 따르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정부의 공기업 경영혁신계획에 따라 한전기술의 원전 기자재 검사 및 설계엔지니어링 업무를 민간 위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형상으로만 민간 위탁 방식을 취했을 뿐 사실은 한전기술 퇴직자 3명이 자본금을 모아 별도로 설립한 K사에 무상으로 사업을 양도하는 것이었다.
해당 업무만 떼어내 분사한 뒤 민간에 매각함으로써 한전기술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결국은 '제 집 식구 챙기기' 방식을 택했다.
이후 K사는 한전기술로부터 사실상 무상으로 받은 기술·노하우·인력·자재·영업망 등을 활용,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주처와 100% 독점 수의계약을 맺는 형태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영광 3∼6호기, 울진 3∼6호기, 신고리 1∼4호기, 신월성·신한울·신월성 1∼2호기 등 거의 모든 원전의 기자재 제작공장 및 건설현장 품질검사를 도맡을 정도로 '일감 몰아주기'가 심했다.
회사가 번창하던 2010년 K사 경영진은 갑자기 독일의 관련 업체에 회사를 통째로 넘겨 매각대금을 챙기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당시 매각대금 규모가 외부에 공개되진 않았으나 국내 기자재 검사 사업에서 K사가 점유한 독점적 지위를 고려하면 꽤 큰 액수의 프리미엄이 붙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원전 기자재 검사 업무 특성상 한국형 원전 기술과 설계도 등 원전 관련 주요 국가 기밀들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경태 의원실을 전했다.
독일계 기업이 된 K사는 이후에도 한수원 등 주요 고객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원전업계의 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연매출 250억원 규모인 이 회사에는 아직 한전기술 퇴직자 3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 의원은 "이번 일은 원전업계의 '끼리끼리 관행'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전기술 업무의 K사 이관부터 해외매각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 비리가 있을 경우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전기술은 "K사는 1999년 구조조정 당시 강제 퇴직된 인력들이 자율적으로 설립한 민간회사로써 한전기술과는 관련이 없으며 독일업체에 대한 매각도 적법하게 추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 원전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자재 검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의 외부 유출이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에 설계도 등 기밀을 빼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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