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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규 언론학회장 "WP 매각은 '뉴미디어 파워시프트'… 뉴스유료화 대안 제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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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맞은 학회, 미디어환경 변화 평가·점검 공론화 장 마련
"팩트 나열 기사는 아쉽다… 과도한 객관성 집착은 방어기제"



"워싱턴포스트(WP) 매각은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른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에요. 신문·방송 같은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파워시프트(권력이동)'가 일어나는 것이죠. 언론사의 비즈니스모델과도 직결돼 있는 만큼 뉴스 유료화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동규 신임 한국언론학회장(54·사진)은 언론의 위기와 언론사의 위기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개별 언론사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지만 이를 미디어 전반의 위기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는 "미디어 기업이 경영 측면에 취약하거나 소극적 자세를 취하면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며 "뉴스 콘텐츠란 본질에 충실하다는 전제 하에 공익성과 상업성을 별개로 보지 않고 양자를 절충해 비즈니스와 연결시키는 등 활로를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올해 40주년을 맞은 언론학회가 앞장서 이 같은 미디어 환경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평가·점검 등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회장을 맡으며 내세운 슬로건도 '백 투 더 베이직(기본으로 돌아가자)'이다.

임기 1년간 인터넷 포털과 언론의 관계, 종합편성채널의 보도편중 경향 등 언론계 현안부터 변화하는 미디어 분야의 학문 정체성 확립과 새로운 교육모델 마련, 국내 언론보도의 과도한 객관주의 전통까지 다양한 문제를 짚어보겠다는 김 회장을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 취임 축하드립니다. 학회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계획인지요.

"제가 40대 회장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에요.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미디어 환경 자체가 급변하고 있잖아요. 우리 학회가 언론 분야 모(母)학회 성격을 지니고 있으니 미디어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역할을 맡아야죠. 전환기 학회를 어떻게 이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학회가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까.

"사실 그동안 테크놀로지 측면, 산업 변화에 따라가기에 급급했습니다. 학회로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이론이나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죠. 서구 시각이나 이론적 접근을 한 경우가 많아요. 우리도 이제 미디어 분야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생겼습니다. 학계도 자생적 연구와 성과, 이론을 개발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는 잘 키워서 외부에도 알려야죠."

- 박근혜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평가한다면요.

"이 정부가 미디어를 중시하고 이를 담당하는 새로운 부처도 만들었는데, 아직까지는 정책부서 간 혼선이 있는 인상입니다. 큰 그림에 걸맞은 구체적 실행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준비 단계에서 혼선을 빚는 게 아닌가 싶어요. 미디어 환경과 현상은 급변하는데 이를 뒷받침해야 할 법과 제도, 정책기구는 미처 따라오지 못해 괴리가 발생한다고 할까요.

미디어 생태계 변화를 두고 혹자는 '난개발'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미디어 변화가 지나치게 정권 차원의 정치 논리에 따라 좌우되면 그 피해는 사회나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죠. 따라서 학회는 정책 성패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 세부 현안에 대해 물어보겠습니다. 최근 언론계 트렌드인 뉴스 유료화, 어떻게 봅니까.

"민감한 문제인데요. 현상이 갈등의 소지가 있다면 풀어가는 방법을 모색해야죠. 유료화의 해외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살펴보고 성공과 실패의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공론화 할 생각이에요. 무엇을 통해 유료화가 가능할지 대안 제시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 대중은 '돈 내고 뉴스를 본다'는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만.

"그렇죠. '인터넷 뉴스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대중의 인식 개선이 가장 어려운 과제예요. 언론과 인터넷 포털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이와 직결돼 있죠. 학회는 뉴스의 저작권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본다든지 해서 충분한 논의의 장을 제공,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쓸 겁니다."


- WP 매각이 충격적 뉴스였는데요. 유료화 모델 실패의 결과물 아닐까요.

"새로운 미디어 변화에 따른 영역 확장은 피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신문·방송 같은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파워시프트가 일어나는 것이죠. 언론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여기에 적응을 못하거나 전통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로 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미디어 기업이 경영에 적극적이지 않고 취약했기 때문에 통신 등의 부문에 밀리는 것이에요."

- 언론의 위기,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WP의 아마존닷컴 매각은 하나의 현상이에요. 전통적 미디어들도 이제 경영에 관심을 갖고 활로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잘 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죠. 전반적으로 위기라 얘기하지만, 언론의 위기냐 언론사의 위기냐는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언론사의 위기를 전체 위기로 혼동할 수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뉴스 콘텐츠라는 본질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콘텐츠 자체는 중요한데 전달 통로가 바뀌었을 뿐이에요. 언론의 위기란 객관성·공정성 같은 저널리즘의 위기가 닥쳤을 때 사용되는 말이어야 합니다. 지금 같은 언론사의 위기는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고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시키면 해결될 수 있죠. 이제 언론사도 공익성과 상업성을 별개로 보지 말고 절충하며 나가야 할 때 아닌가 싶어요."

- 포털과 언론의 관계가 발전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이를테면 '서로 너무 많이 와 버린 사이' 같습니다. (웃음) 사실 언론사가 자기 마당을 (포털에) 내준 것 아닌가 생각해요. 그때는 괜찮다고 판단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죠. '윈윈(win-win)'까진 아니더라도 양보와 타협을 통해 모델을 찾아가야 할 때입니다. 학회가 제3자적 입장에서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그런 자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 유료화뿐 아니라 뉴스 질의 문제도 걸려 있습니다만.

"네이버를 예로 들면, 뉴스캐스트 방식에서 뉴스스탠드로 바꾸는 과정에서 네이버도 언론사도 고민스러웠을 거라 봅니다. 언론사 차원에선 어떤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는 문제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크게 보면 '돈을 내고 뉴스를 보게 만들려면 어떻게 혁신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양자가 사업적 이해관계로도 마찰이 있었고 뉴스 질 관리 차원에서 문제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갈등할 때가 아니라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판단합니다. 언론사와 포털이 좀 더 터놓고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학자 시각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볼 시점입니다."

- 종편 채널의 보도 편중 문제를 두고 재승인 심사에 반영한다는 방침도 나왔는데요.

"학계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고. 정책도 시행돼 이미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제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에요. 정치적 논리나 자본의 논리가 아닌,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종편이 기여한 바는 무엇이며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점은 무엇인지 철저히 따져 사회적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종편 선정과 성격 문제와 관련해 어떤 주장이 채택됐으며 실제 적합성이 있었는지 현실적으로 점검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게 학계 입장입니다."

- '르몽드'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특유의 제3자적 태도로 냉소적으로 말했다" 같이 표현했는데 생소했습니다. 국내 언론의 팩트 위주 보도와 차이점이 큰데요.

"확실히 국내 언론들은 팩트 중심으로 기사를 씁니다. 한국 저널리즘의 객관주의 전통이 굉장히 강력하기 때문인데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국내 언론사들이 정파성에 휘둘려 비판받다 보니 생긴 현상으로 생각합니다. 일종의 '방어기제'란 얘기죠. 팩트 나열 수준에 그치는 기사가 종종 보입니다. 언론은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진실 전달에 힘써야 하는데, 안타까운 면이 있어요."

- 기사에서 주관적 평가를 한다는 게 다소 낯설긴 합니다.

"객관 보도 원칙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주관적 평가를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은 없어요. 해외 사례를 보면 유럽 언론은 미국 언론과 또 다릅니다. 이런 점에서 학회가 '백 투 더 베이직' 기조를 내걸고 문제제기를 해보려 합니다. 한국적 저널리즘 전통이 특정 부분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지나치게 팩트에만 집착하는 면은 없지 않은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 미디어 분야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교육과정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신문방송학과(건국대) 교수인데,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학문적 정체성의 확보라고 봅니다. 기존의 신문방송학은 현재 미디어환경과는 잘 맞지 않아요. 정체성 확보와 그에 맞는 새로운 교육모델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를 위해 학회 내에 '지속가능한 언론학 교육위원회'를 만들 겁니다.

언론학 분야의 혼돈스러운 명칭이나 교과목 커리큘럼, 학과 운영의 중첩성 등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장기적인 교육모델을 내놓는 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더욱이 미디어 분야는 현업과 긴밀히 연결이 되기 때문에 구체적 산학협력모델을 제시, 후학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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