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의 하이라이트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위증 논란이었다. 의원들이 오전부터 동양그룹 관련 보고를 청와대에 했는지 몇 차례 물었다. 최 원장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원동 경제수석,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3명이 만나 동양 논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 모임에서 동양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오후 늦은 시간.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이 제출한 회의 관련 자료를 내밀며 최 원장을 위증으로 고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의원이 재차 “논의를 했느냐”고 물었지만 최 원장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아닙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위증 고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30여분간 정회했다 속개된 회의에서 최 원장은 말을 바꿨다. “9월에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함께 청와대 서별관에서 만났다”고 인정했다. 동양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고 정정했다.
그러자 국감장 안팎에선 “왜 처음부터 솔직하게 답하지 못했을까”라는 탄식이 나왔다. 동양의 급박한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금융감독 당국과 청와대가 대책을 논의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 서별관회의는 9월15일, 9월22일, 10월6일에 열렸고, 동양 대책이 논의됐다.
그런데도 최 원장은 오전과 오후에 청와대 보고 사실을 부인했다. 나중에 확인된 내용이지만 ‘(보고 사실을) 부인하라’며 청와대가 점심 시간에 내려보낸 ‘지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분노가 ‘윗선’으로 확산되는 것을 앞장서 차단하려 했을 수도 있다.
동양 사태는 막판에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연착륙을 시켜 피해를 최소화할 시간을 동양에 줬지만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 기회를 여러 번 놓치고 말았다. 은행 여신이 많지 않아 정부가 나서서 도울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알고도 안 막은’ 것이 아니라 ‘알고도 못 막은’ 경우다. 청와대 보고 여부에 관한 논란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이었다. 금융당국과 청와대는 거짓말을 하려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처지가 됐다.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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