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요즘이지만
'저축만이 살길'은 여전히 금과옥조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gbkim@klia.or.kr
매년 10월 마지막 화요일은 ‘저축의 날’이다. 올해는 10월29일이다. 1964년 처음 제정되었으니 올해로 딱 50년째 되는데, 정부도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저축만 놓고 봐도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저축이 ‘미덕’이자 ‘애국하는 길’이었다. 저축을 장려하는 표어와 포스터가 거리마다 붙어 있었고, 아껴 쓰고 저축하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다녔다. 월급에서 저축할 돈을 먼저 떼어내고 남은 걸로 생활비를 썼다. 없으면 안 쓰는 것이 당연했고, 빚을 진다는 것은 큰 불명예이자 수치였다.
그런데 요즘은 소비가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다.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졌으니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시장경제에서 소비가 너무 둔화되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친 과소비나 신용구매, 할부구매의 남용과 같은 잘못된 소비행태가 만연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의류나 유아용품 등 소모품도 필요 이상으로 고급을 선호하고, 외국산 명품에 열광하며, 고급차와 대형차를 선호한다. 신용카드에다 마이너스통장까지 사용하면서 버는 대로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과도한 소비문화는 지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의 가계 순저축률은 1990년 22.2%에서 2011년 현재 2.7%로 급락했으며, 2013년 6월 기준 가계부채가 980조원으로 가구당 평균 6190만원에 달한다. 정말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저축만이 살길’이라는 말은 여전히 금과옥조라고 생각한다. 안정된 생활과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축하는 습관이 필수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약소국이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자본 축적이 선결되어야 한다.
다시금 저축에 국민적인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다. 잘못된 소비풍조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절제된 소비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저축은 비단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고령화사회는 중장년층도 미리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가 심각한 고통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저축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엄격하게 교육한다고 한다. 다가오는 ‘저축의 날 50주년’은 성공을 자축하는 파티가 아니라, 아껴쓰고 저축하는 문화를 재점화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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