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원전케이블 파문 확산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당정협의에서 JS전선을 향해 한 말이다. 신고리 3, 4호기에 설치된 이 회사 케이블의 불량 정도가 상식 수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JS전선 케이블은 한국기계연구원과 방재시험연구원이 수행한 화염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화염 시험은 케이블이 815도 화염에 20분가량 노출돼도 다른 부품에 불을 옮기지 않고 견디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이다. 원전에서 만에 하나 불이 나더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붙지 않아야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화염 시험을 원전 부품의 내구성을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테스트로 간주한다. 윤 장관은 “이런 기본적인 화염 시험마저 통과하지 못한 케이블을 납품한 JS전선 측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JS전선의 모그룹인 LS에 형사고발은 물론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JS전선의 모회사는 전선업계 1위 업체 LS전선이다. 2005년 옛 진로그룹 계열인 진로산업을 인수해 지분 70%를 갖고 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JS전선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어 손해배상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여건이다. 이미 한국수력원자력은 JS전선 등 14개 업체에 대해 신고리 1, 2호기 및 신월성 1, 2호기에 납품된 케이블에 대한 채무 불이행, 케이블 구입비용, 교체 시공 비용,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에 따른 90억32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고리 3, 4호기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신고리 3, 4호기에 납품된 케이블의 총 가격만 360억원이다. 가동 지연, 교체 비용, 인건비, 추가 시험비용 등 손해를 추산하면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발전용량 140만㎾ 규모 원전 2개가 제때 전력 생산을 하지 못하면 매일 11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 대신 발전단가가 3배가량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에서 전력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LS그룹은 원전 납품 비리의 진앙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원전 케이블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8개 업체 가운데 3곳이 (주)LS LS전선 JS전선 등 LS그룹 회사였다. 강성천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은 “계약 당사자인 한수원이 손해배상 청구를 하도록 돼 있다”며 “납품금액뿐 아니라 가동 지연으로 인한 손실 등 법률적 책임에 따른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해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미현/추가영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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