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카에 걸맞은 드라이빙 코스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이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이다. 그만큼 가을이 좋은 계절이라는 말이다. 더불어 가을은 드라이빙에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으니 이런 날씨엔 드라이빙도 그냥 해선 안 된다. 단언컨대, 오픈 에어링(지붕 열고 바람 맞으며 달리는 것)이 가능한 오픈카가 가장 완벽한 차종이다. 열린 지붕 위로 펼쳐진 높은 하늘(天高)을 감상하며 내달리면 온몸이 마비(痲)될 정도로 짜릿한 느낌을 얻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가격대별로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 매력적인 오픈카 베스트5. 차만 소개하지 않는다. 친절한 카&조이는 차종별로 달릴 만한 드라이빙코스 베스트5도 추천한다.
가을은 짧고 겨울은 길다. 서두르자.
○피아트 친퀘첸토C(500C)-남산순환도로
깜찍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피아트의 소형차 친퀘첸토(500)는 이탈리아 국민차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 중 하나다. 친퀘첸토C(3100만원)는 이 차의 컨버터블 모델이다. 이 도심 속 재간둥이에겐 서울 남산순환도로를 추천한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남산순환도로, 서울타워로 이어지는 7.5㎞ 구간이다. 지붕을 열면 도심 속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에 취할 것이다. 구불구불한 길은 이탈리아 자동차의 감성을 느끼기에 적합하다. 밤에는 서울 중심가가 한눈에 보여 야경을 감상하기에도 최적지다.○미니 쿠퍼S 로드스터-북악스카이웨이
미니 쿠퍼S 로드스터(4470만원)는 2인승 달리기 선수다. 일반 미니에 비해 전면 유리가 13도 이상 경사져서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도록 했다. 주행속도가 시속 80㎞ 이상이면 자동으로 리어 스포일러가 작동한다. 공기의 흐름을 조절해 차체가 노면에 밀착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차로는 도로가 굽이쳐 랠리 경주에 안성맞춤인 북악스카이웨이를 강추(강력 추천)한다. 미니는 1960년대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컵을 세 번이나 들어 올렸을 정도로 랠리 분야의 강자다. 북악스카이웨이에서 진가를 경험할 수 있다. 미니 외에 다른 차종을 찾는다면 역시나 랠리 강자인 시트로앵 ‘DS3 카브리오’(3390만~3630만원)를 고려해볼 만하다. ○뉴 아우디 A5 카브리올레-섬진강 강변도로
A5 카브리올레(7390만원)는 콤팩트 세단 A4의 쿠페 모델이다. 문이 4개가 아닌 2개다. 이 모델에는 전라남도의 섬진강 드라이브 코스가 ‘딱’이다. A5 카브리올레는 장거리 운전을 해도 피로도가 적은 차종이기 때문이다. 일단 섬진강 유역까지 가야 하는데, 미니와 DS3 등은 서스펜션이 딱딱하고 실내 공간도 제한적이어서 장거리 운전이 쉽지 않다. 전남까지 내려가는 도중에 지쳐버릴 우려가 있다. 반면 뉴 아우디 A5 카브리올레는 부드러운 승차감 덕분에 여유를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섬진강이 아름다운 건 두말하면 잔소리. 강변도로에는 야간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어 밤에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재규어 F-타입-인천공항고속도로
지난 8월 출시된 따끈따끈한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 재규어 F-타입(1억200만~1억2000만원). 이 차를 운전한다면 고민할 것 없이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진입해야 한다. 최고 340~380마력에 달하는 높은 출력과 날렵한 차체는 과거 전성기 시절 재규어의 레이싱 DNA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자동차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꼽히는 재규어 ‘E-타입’의 혈통을 계승한 모델이기도 하다. 인천공항에 멋지게 주차한 다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드라이빙코스는 톨게이트 비용이 들긴 하지만 교통정체 걱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아우디 R8 스파이더-자유로
아우디 R8은 최고출력이 500마력을 훌쩍 넘는 슈퍼카다. 가격도 2억원이 넘는다. 이 차의 오픈카 모델인 R8 스파이더(2억2100만~2억2320만원)는 넓고 낮게 깔린 차체가 인상적이다. 레이싱카의 기본적인 설계방식인 ‘로앤드와이드(Low&wide)’의 전형을 보여준다. 10기통 5.2L 엔진의 웅장한 배기음과 날카로운 주행성능은 오늘도 자유로를 내달리는 수많은 레이싱 꿈나무들에게 영감을 줄 만하다. 일산 호수공원을 출발해 북쪽 끝 임진각 주차장까지 이르는 드라이빙 코스에서 지붕을 열고 존재감을 한껏 뽐내보자. 혹시 신원불명의 차가 경주하자고 도발해와도 응하지 말자. 환한 미소로 ‘드라이빙의 참맛은 속도가 아닌 즐기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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