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입을 치르게되는 2017년부터 수능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교육부는 수능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국어 수학 영어 사회 한국사 과학 과목을 학습하는 완전융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문·이과 통합을 찬성하는 측은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칸막이 교육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십년간 이어온 문·이과 구분을 갑자기 없애면 그렇지 않아도 빈번한 대입제도 변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중된다는 반론도 있다. 문·이과 통합을 둘러싼 찬반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통합을 찬성하는 측은 기존 수능이 문과생은 과학 과목, 이과생은 사회 과목을 아예 외면하는 편식 공부를 유발했다는 점을 든다. 또 이공계 기피현상이 생긴 이유중 하나가 국어 영어 탐구영역의 선택변수가 같은 상황에서 이과생만 어려운 수리 가형을 공부해야 하는 점이었다는 것도 지적한다. 게다가 문·이과를 통합한 인재를 기르는 것이 세계적인 학문의 흐름이고 창조경제를 이끌 인재 양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는다는 것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융복합 시대의 학생들 진로를 고려하면 문·이과로 계열을 나누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고교 교사 72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완전 융합안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다만 2017학년도가 아닌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지식이 융합된 인재를 키울 수 있다”며 “고교에서 문·이과를 두루 공부하고 대입 바로 직전에 전공할 학부·학과를 선택하게 하면 잘못된 선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도 “학문에서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이분법적 구분은 인식의 한계를 초래한다”며 “새로운 통섭으로 학생들이 전공에 관계 없이 학문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비중을 두고 다른 학문 분야에서 적응할 수 있는 기본적 수학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
송현섭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는 서울시교육청 진학지도지원단 교사들에 대한 설문에서 문·이과 구분안에 대한 찬성 비율이 50%로 가장 많았고, 문·이과 일부 융합안은 35%, 문·이과 완전 융합안은 15%였다며 현행안 유지에 찬성했다. 그는 “점진적으로 융합형 수능으로 가야 한다는데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나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고, 대학이 수능을 제한적으로 반영한다면 아무 의미 없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창우 서울대 교수는 “문·이과 완전 융합안은 취지는 좋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융·복합 인재가 우리 교육을 통해 길러내야 할 인재상인지, 문·이과 폐지가 이런 인재 양성을 위한 최상의 방책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한국과학교육학회장은 “학교 현장은 이미 수 없는 교육 개혁안의 실험장이 돼 버렸는데 이는 옳지 않다”며 반대했다. 변화를 크게 주는 개혁안들이라면 충분한 검토와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특히 문·이과 통합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는 “융합적 사고를 지닌 인재는 단순히 문과와 이과를 통합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통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용준 용산고 교사는 “문·이과 완전 융합안은 교차지원이 가능해 일부 특수목적고에서 설립취지와 반하는 입시 파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생각하기
대입에서 문·이과를 현행대로 구분할 것인지, 이를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일종의 현실론과 이상론간의 논쟁으로 볼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다. 누구나 이상적으로 이야기 할 때면 문·이과를 아우르는 통합형 교육과 이를 통해 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옳다는데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못하다. 수십년간 지속돼 온 입시제도를 바꾸는 것은 고교교육, 더 나아가 중학교 교육과 대학교육에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금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너무나도 자주, 그리고 별 이유도 없이 바뀌는 대입제도다. 이 세상에 아무런 결점이 없는 완벽한 입시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입시제도는 한해가 멀다하고 바뀌어왔고 이로 인한 혼란과 비용은 이루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대입전형만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하는 현실이 이 모든 부작용을 말해준다. 현 입시제도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서 시험을 잘 보더라도 소위 좋은 대학에 가는 길이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반대로 평소에 그리 높은 시험점수를 받지 않아도 운이 따르면 상위권 대학에 가는 길도 없지 않다. 미로처럼 얽어놓은 복잡한 입시제도로 인해 수시와 정시 사이에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 교사 모두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따지고 객관적 성적이나 기준보다는 운에 따라 대입이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합리하고 복잡한 대입제도부터 단순화하는 게 순서다. 그리고 단순화한 뒤에는 최소한 10년은 유지하는 그런 대입제도의 안정성이 절실하다. 문·이과 통합은 어떻게 보면 다소 한가로운 논쟁일 수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