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이끌 첨단산업은 전자·정보기술…"벤치마킹해 남보다 잘 만드면 더 위대"
美 월마트 등과 협력 통해 신제품 판매
“일본만 해도 종합전자회사가 많은데, 한국엔 두 개밖에 없다. 정말 좋은 제품, 혼신의 노력을 다한 제품을 만들어 한국의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회사가 돼보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7월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에서 임직원들과 가진 첫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월 동부가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을 바꾼 이후 찾은 현장에서 김 회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동부는 저성장 시대를 불황 탈출을 위한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경영체질을 갖추고 성장기반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화·전문화·고부가가치화 등 3대 전략 목표를 세우고 글로벌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를 세계적인 종합전자 회사로”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을 찾은 김 회장은 당시 구내식당에서 공장 임원 및 팀장, 생산 및 품질 책임자 등 40여명의 임직원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왜 대우전자를 인수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떤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지 등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김 회장은 “오래전부터 전자·정보기술(IT)산업이 한국의 미래를 이끌 첨단산업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동부는 김 회장의 신념을 바탕으로 1983년 실리콘웨이퍼 사업에 진출했고 1997년엔 동부하이텍을 세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었다. 또 로봇, 발광다이오드(LED) 등 전자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백미는 지난 2월 동부대우전자 인수였다. 김 회장은 직접 사재 250억원을 쏟아부었고 인수 후에는 공동 대표이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는 “전자산업에서 일본 중국과 경쟁하려면 최소한 종합전자회사가 대여섯 개는 돼야 한다는 생각인데, 지금 한국엔 두 개밖에 없다”며 “대우전자가 매물로 나왔을 때 한국의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종합전자회사가 더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인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 2월 경기도 광주 곤지암 동부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그룹 신년 임원 워크숍 특강에서는 “기업가정신과 혁신으로 불경기와 저성장시대를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기업가정신에 대해 “무엇인가 새로운 것, 무엇인가 다른 것을 독특하게 해 그것의 가치를 바꾸거나 변형시키는 것”이라며 “혁신은 기업가정신을 구현하는 수단이자 기존 자원이 부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김 회장은 벤치마킹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남의 것을 잘 모방해 더 낫게 만들면 그것이 더 위대하다”며
“간부들부터 솔선수범해 벤치마킹을 열심히 하고 믿음과 용기, 열정을 갖고 일에 집중해 신화를 만들자”고 주문했다. 또 “불경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원가절감, 기술·제품개발, 판매확대, 현금흐름에 의한 자금관리 등을 통해 잘 대처해 나가자”고 말했다.
○미국, 중국 중심으로 유통망 강화
전 세계를 미주, 유럽, 아중동, CIS(독립국가연합), 아시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15개 법인과 30여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동부대우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신규 유통채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출범 이후 첫 신규 해외시장으로 중국을 선택해 올해 상하이와 베이징에 판매 지사를 설립하고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 중이다.
중국 시장은 구매력이 있는 부유층이 주 타깃이다. 동부대우전자는 3도어냉장고, 드럼업 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상하이 최대의 번화가인 난징동로에 자리잡은 띠이 백화점과 중국 최고 백화점으로 꼽히는 파바이반 백화점에 입점을 완료했다. 항저우, 닝보 등 상하이 주변 10개 도시 가전양판점에 전용매장도 설치했다. 베이징에서는 중국 최대 주거용품 판매점 ‘B&Q China’에 입점했고 중국 최대 가전양판점인 궈메이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는 동부대우전자는 1선 도시에서는 백화점 공략을 진행하고 2, 3선 도시는 양판점을 공략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는 현지 3대 유통채널인 월마트, 코스트코, 베스트바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난 8월 말부터 신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코스트코 신규 진출을 통해 냉장고 2만5000대를 공급했고 월마트에는 전자레인지 50만대에 이어 냉장고 2만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베스트바이와도 제휴를 맺고 소형냉장고를 판매할 예정이다.
해외서 만나는 동부화재 '해피콜'
괌·하와이 등 현지화 전략 '효과'…동부제철, 파타야 강판공장 준공
동부그룹은 주력 계열사를 통해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해외 거점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전기로 제철회사인 동부제철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등지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해외 유통업체들과는 중장기적인 관계를 쌓고 있다.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적인 철강회사들과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동부제철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2011년 태국 현지법인인 타이동부를 설립했다. 올 6월엔 파타야 인근 헤마라즈 공단 내에 연산 8만t 규모의 컬러강판공장을 준공했다.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의 가전, 건자재 시장 등에 컬러강판을 공급할 계획이다. 컬러강판의 소재가 되는 아연도금강판은 동부제철에서 생산한 제품을 전량 사용한다. 동남아 신흥국가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철강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동부제철은 중국 쑤저우 장가항에 코일센터를 운영하고 인도 지사도 설립했다. 브라질과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에 추가 지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동부화재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시장을 챙기고 있다. 올 4월 아시아 최대시장인 중국 보험 시장에서 현지 보험사인 안청손해보험사 지분 15.01%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역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 2011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이미 괌,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에서 수익성 위주의 현지화 전략을 펼쳐 성공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괌에서는 지역 손보사 중 외형성장률 1위, 수익성 1위를 달성했다. 하와이에서는 한국 특유의 서비스인 긴급출동서비스, 해피콜 등을 현지 업체 최초로 실시해 단기간에 급격한 외형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앞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선진 글로벌 보험회사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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