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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벤처와 정권의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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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경영과학博 논설·전문위원 ahs@hankyung.com


벤처특별법은 김영삼 정부 때 탄생했다. 중소기업청도, 코스닥도 그때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도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이런 게 다 파묻혀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그 공(功)을 차지한 건 김대중 정부였다. 벤처붐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자랑할 정도였으니 역사적 아이러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벤처정책은 너무 나간 게 탈이었다. 기존 대기업을 갈아치울 세력교체의 기회로 판단, ‘오버슈팅’을 했다. 실제로 당시 정부는 벤처기업 수 늘리기에 집착해 도장 찍기에 바빴다. ‘관제 벤처’가 쏟아졌다. 그 후유증 때문에 벤처버블 붕괴의 고통은 더 깊어졌다.

정권 따라 춤추는 벤처정책

그 역풍은 노무현 정부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벤처 늘리기가 힘들다고 생각, 새로운 작명에 돌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혁신형 중소기업이라는 ‘이노 비즈’다. 그러나 정부 주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벤처나 이노 비즈나 그게 그거였다. 그 다음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친(親)벤처도, 반(反)벤처도 아닌 모호한 이미지를 남겼다. 그렇다고 정부 주도를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녹색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벤처든 뭐든 다 녹색으로 둔갑시키려 했던 정부였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마침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벤처기업인 5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눈길을 끈다.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에 대한 벤처기업인의 반응은 한마디로 ‘시큰둥’이다. 조사를 한 쪽에선 이를 토대로 더 큰 정부 역할, 더 많은 지원을 주문한다. 정부만능주의는 이렇게 끈질기다. 그러나 그게 벤처기업인이 바라는 창조경제일지는 의문이다.

벤처기업인 중에는 ‘가짜’도 있고, ‘진짜’도 있다. 정부 조직이나 지원 타령을 해대는 벤처기업인일수록 가짜가 많다. 관료들 또한 이들 얘기에 더 솔깃해 한다. 하지만 정권을 거치며 학습할 대로 학습한 진짜 벤처기업인은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경계한다. 실제로 창조경제가 지금처럼 흘러가선 안된다고 말하는 벤처기업인이 적지 않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 끊을 때

당장 ‘창조경제타운’만 해도 그렇다. 일반 대중의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연결한다는 포털을 왜 하필 정부가 주도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다. 미래부는 연일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시장이 주도하지 않는 이런 실험은 다음 정부에서 바로 끝난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칙이다.

국토교통부가 직접 개발해 구글을 이겼다고 자랑하는 3차원(3D) 지도 브이월드에 대해서도 황당하다는 벤처기업인이 적지 않다. 정부가 구글하고 경쟁할 것도 아닌데 진작에 규제를 풀고, 정보를 공개했으면 민간기업이 했을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연예기획사처럼 SW창업기획사를 선정해 스타 벤처를 만들겠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연예기획사를 정부가 차렸다면 과연 소녀시대가 나왔겠느냐는 얘기다. 정보통신기술(ICT) 특별법을 만든다고 요란을 떨더니 새로운 진흥원 설립 등 과거 정보통신부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진저리가 난다는 비판도 거세다.

다산다사(多産多死), 고위험·고수익이 벤처 특성인데 무슨 ‘죽음의 계곡’을 없애겠다며 금융위원회가 쏟아내는 펀드들도 진짜 벤처기업인은 환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벤처의 인수합병 시장이 활짝 열리게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라고 하는 벤처기업인이 늘었다.

아직 정권 초반기다. 박수받는 창조경제를 하려면 진짜 벤처기업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정권’ 따라 춤추는 벤처는 끝내고 ‘시장’이라는 반석 위에 벤처를 올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

안현실 경영과학博 논설·전문위원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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