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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식탁 위의 유엔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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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세네갈 갈치, 노르웨이 고등어쯤은 이제 주부들도 익숙하다. 에콰도르 새우, 모리타니 문어, 아르헨티나 홍어, 바레인 꽃게 등으로 가면 조금 신기해진다. 대체 모리타니는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 원산지를 보면 가히 다국적군이다. 대형마트의 수산물 중 수입품이 절반에 이른 마당이다. 기업, 관공서 등 구내식당의 원산지 표시를 보면 더욱 다양하다. 서아프리카의 세네갈, 모리타니에서 잡은 갈치, 문어가 밥상에 오를 정도니 먹거리 유엔총회라도 열 판이다.

수입 문어의 국적을 보면 정말 놀랍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문어는 올 들어 8월까지 17개국에서 1322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전년 동기 대비 54% 급증했다. 이 중 모리타니(839만달러)가 작년에 이어 부동의 1위이고 중국, 모로코, 세네갈, 인도네시아 순이다. 심지어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산 문어도 들어온다.

희한한 사실은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흔히 보던 칠레산 홍어·가오리가 자취를 감춘 점이다. 그 자리를 아르헨티나산 홍어, 브라질산 가오리가 차지했다. 칠레산은 흑산도 홍어처럼 차지고 빛깔이 좋아 인기가 높았지만, 현지에선 지진으로 조업이 줄고 한국의 수요로 씨가 말라 3년째 수입이 끊겼다고 한다. 최근 전남 목포에서 미국산 홍어를 칠레산으로 둔갑시켜 판 업자들이 적발된 황당사건도 있었다.

일본 방사능 우려가 확산되면서 수산물을 한국에 수출해 짭짤한 재미를 보는 나라가 러시아다. 명태 연어 대구 임연수 코다리 대게 등은 러시아산이 수입 1위를 질주 중이다. 이밖에도 중국산 낙지 바지락 아귀 꽃게 등과 대만산 꽁치, 베트남산 주꾸미, 미국산 랍스터 연어 대구 등도 흔히 맛볼 수 있다.

이렇게 수입한 수산물이 지난해 37억7700만달러, 올 들어 9월까지 24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산 가격상승과 일본산 기피로 인해 대형마트 바이어와 수입업자들이 멀리 더 멀리 나가고 있다. 이마트만 해도 수입국이 60개국이 넘는다. 연근해 어장은 해마다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어, 5000만 인구가 지금처럼 풍성한 식탁을 유지하려면 불가피한 현실이다.

1990년대 농협 주도로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지만 우리 땅과 바다에서 난 것만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더구나 신토불이는 과거 냉동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에나 통하는 말이다. 이미 한 해 270억달러의 농수축산물을 수입하는 한국이요, 비빔밥 재료의 절반은 수입물이다. 식탁 먹거리의 국경이 사라져가는 시대다. 먹거리 국적을 따지기보다는 질 좋은 음식을 고루 잘 먹는 것이 건강에도 이롭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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