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원 277마력 3.5L V6 엔진 연비 9.8㎞/L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자꾸 미국산 자동차를 한국에 들여오고 있다. 일본 수산물은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미국산 소고기는 잘 먹는 한국인의 식성을 간파했기 때문일까. 지난 1일에는 일본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미국산 대형 세단 아발론까지 출시했다. 의아했다. 더 이상 내놓을 신차가 없다고 해도 이건 무모한 도전인 것 같다. 수입 대형 세단 시장은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3사가 꽉 잡고 있는데 말이다.
폭스바겐도 플래그십(대표 모델) 세단 ‘페이톤’으로 참패를 본 곳이 한국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로도 힘에 부치는데, 누가 ‘어중간’한 일본 대중 브랜드 도요타를 선택하랴.
이걸 모를 리 없는 ‘한국통’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의 계획은 따로 있었다. 아발론이 경쟁모델로 내세운 포드 토러스와 크라이슬러 300C는 한 달에 각각 50여대 팔리는 비인기 차종이다. 물량으로 승부하는 도요타의 경쟁상대는 아니다. 진짜 타깃은 국산차다. 정확히 말하면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제네시스다. ‘맛보기’식으로 한 달에 30대가량 들여왔다가 국산 중대형차 고객을 야금야금 확보하겠다는 게 도요타 전략이다.
이런 전략이 적중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고, 일단 타봤다. 겉모습을 보니 미국 사람들이 이 차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짐작이 갔다.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하고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들은 이름만 도요타지 사실상 미국 소비자 입맛에 맞게 제작된 제품이다. 울퉁불퉁 근육질 자동차를 좋아하는 미국 취향을 반영한 듯 다부진 몸매에 이곳저곳 번쩍거리는 크롬 도금이 화려하다.
앞범퍼 아래 가로 5개 줄로 이뤄진 공기흡입구 부분이라든지, 뒤트렁크에 가로로 박힌 크롬 몰딩은 요즘 차 같지 않다. 차체는 제네시스보다 조금 작다. 각진 캠리가 살을 좀 찌웠다고 보면 된다.
시동을 걸면 도요타의 핏줄이 흐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성능이 미국 차와는 확실히 다르다. 3.5L V6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77마력, 최대토크 35.3㎏·m의 성능을 낸다. 벤자보다 300㎏이 가벼워서인지 날렵한 느낌이다. 대형 세단인데도 6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한 점은 아쉽다. 요즘엔 8단이 기본인데…. 도요타 자동차답게 재미는 없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예민하고 날카롭게 반응하기보다는 진득하고 여유롭게 밀어붙이는 힘이 느껴진다. 정숙성 면에서는 최고다. 하이브리드(휘발유·전기 혼용차)도 아닌데 시동이 걸렸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실내 인테리어는 플래그십 세단치고는 아쉬운 점이 많다. 수동 핸들 조절이나 실내 가죽 마감 처리 같은 부분은 렉서스와 비교하면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안전장비, 편의사양은 만족스러웠다. 10개의 에어백이 있고 운전석도 10개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한국형 내비게이션도 편리하다. 연비는 그다지 좋진 않다. 복합연비는 9.8㎞/L. 실제 주행 연비는 8~9㎞/L 언저리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버터 바른 스시를 먹는 느낌이랄까. 동서양의 오묘한 조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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