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타터, 민간 투자금 연결
테크숍, 첨단장비 저렴하게 이용
포드, 사내 벤처에 활용
스타트업, 청년기업 584개 배출
한국의 창업은 기로에 서 있다. 과거처럼 생계형 창업 위주로 갈 것이냐, 혁신형 창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 것이냐다. 혁신형 창업은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낳는다. 선진국일수록 혁신형 창업이 늘어나 경제성장을 이끈다. 한국은 경제규모로는 선진국 초기 단계지만 생계형 창업비율이 53.4%로 더 많다.
창업이 어려운 것은 창업자가 제조, 유통 등 모든 부문을 직접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은 크고 기술개발은 오래 걸린다. 투자는 소수에 집중돼 실패 확률이 높다. 이 같은 문제를 창업 플랫폼으로 해결할 수 있다. 창업 플랫폼이란 ‘다양한 창업 활동에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유무형의 기반’을 뜻한다. 창업자는 이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화할 수 있다. 미국의 ‘쿼키’는 ‘소셜 제품개발 플랫폼’이다.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 제안을 받은 뒤 평가를 거쳐 사업화 대상을 선정한다. 그 이후에는 쿼키가 그 설계와 디자인, 제작, 판매까지 책임진다. 아이디어 제안자와 사업화 주체가 다른 분업식 창업구조가 특징이다.
‘테크숍’은 시민 발명가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만든 시제품 제작소다. 개인이 갖기 어려운 고가의 최첨단 제조설비를 구비해놓았다. 하루 30달러(또는 월 125달러)를 내면 3D 프린터, 레이저 절단기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볼 수 있는 ‘꿈의 공장’인 셈이다.
‘킥스타터’는 벤처캐피털과 정책자금 대신 일반인 자금을 연결해주는 클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제품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프로젝트 개요, 모금액, 보상방법 등을 게시하면 세계인의 ‘십시일반’이 시작된다. ‘Y콤비네이터’는 창업 아마추어를 프로사업가로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 선별된 아이디어 주창자가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 역량을 길러주고, 협업 네트워크와 투자자를 연결해준다. 2005년 설립한 이래 550여개의 벤처기업을 배출했다.
칠레의 ‘스타트업 칠레’는 창업능력을 기르고 혁신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전 세계에서 창업 지원자를 모집, 선발해 칠레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칠레 젊은이들이 해외 혁신 창업가들과 교류하게 돕는다. 지난 5월까지 584개의 기업을 배출했다. 내년까지 1000개를 채우는 게 목표다.
기업도 창업 플랫폼의 혁신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면 더욱 좋다. 창업 플랫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기업의 유통·제조 역량을 결합하면 기업의 경쟁력과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 벤처를 운영할 때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의 포드는 기업 내 창조문화를 만들기 위해 테크숍과 제휴했다. 까다로운 문제에 직원들이 도전하면서 연간 특허 수가 이전보다 30% 늘어났다.
혁신형 창업국가로 도약하려면 창업자와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창업자들은 플랫폼 기반의 ‘쉬운 창업’을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국내외의 다양한 창업 플랫폼을 활용해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창업 플랫폼의 자율적인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 창업 플랫폼 육성 체계를 강화하고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 플랫폼 범위를 넓혀야 한다.
lee@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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