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법정관리 전략기획실도 모르게 주도
동양시멘트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동양증권 임직원들 집단 반발을 불러오는 등 파문을 키우고 있다. 해체 위기에 몰린 동양이 ‘자중지란’에 빠진 데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중요 의사 결정이 내려졌다는 불신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동양 고위 관계자는 3일 “전격적인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은 전략기획본부에서도 알지 못했다”며 “앞서 신청한 (주)동양과 레저, 인터내셔널 등 3사의 법정관리를 준비했던 로펌과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주)동양 등 3사는 지난달 30일, 시멘트와 네트웍스는 지난 1일 각각 따로 법정관리를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시멘트와 네트웍스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렇다면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본부까지 배제시키고 이 같은 일을 추진한 인물은 누구일까. 그룹 내부에서는 오너 일가 중 한 명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는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의 법정관리에 대해 일부 임원들은 강하게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날 김종오 동양시멘트 대표가 사임하고 김봉수 상무(현재현 동양 회장의 첫째 사위)가 해임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동양매직 등 계열사 매각추진 과정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도 IB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김 대표는 이혜경 동양 부회장이 2010년 5월 만든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 미러스의 대표를 맡았다. 후계 구도와 관련 있다는 설이 끊이지 않았던 미러스는 지난해 4월 동양네트웍스와 합병했다. 현재 김 대표는 현 회장의 장남인 승담씨와 함께 동양네트웍스 공동 대표로 등재돼 있다. 김종오 대표 사임으로 단독 대표가 된 이상화 동양시멘트 대표도 미러스 사업총괄 부문장 출신이다.
동양에 합류하기 전 김 대표의 이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룹 내에서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에서 밝힌 1975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는 것 정도가 전부라는 설명이다.
익명의 동양 관계자는 “전략기획본부에서 김 대표의 이력을 파악하려고 하자 오너일가 중 한 명이 제지시켰다”며 “상당수 그룹 임원들이 구조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김 대표의 전횡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윤희은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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