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가 3.9% 성장할 것으로 보고 예산안을 짠 정부도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 조정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예산안에 나타난 국세 수입 전망치는 218조5000억원으로 올해 전망치(210조4000억원)보다 8조1000억원(3.9%) 많다. 실제 국세 수입 예상 규모(202조~203조원)보다도 15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은 올해 국제통화기금(IMF·3.7%) 한국개발연구원(KDI·3.6%) 골드만삭스(3.5%)의 전망처럼 내년 성장률이 3%대 중반에 머문다면 세금 납부액도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아 내년에도 세수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일 내놓은 ‘2012년 국세 수입 전망 오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성장률이 1% 떨어질 때마다 국세 수입은 1.03% 감소한다. 실제 2012년 예산안 편성 당시(2011년 10월)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경제성장률은 4.5%(명목성장률은 7.6%)였지만 실제로는 2.0%(명목성장률은 3.0%)에 그치면서 국세가 9조1000억원 덜 걷혔다. 만약 내년 국세 수입 전망치 218조5000억원에서 명목성장률이 정부 예상보다 2%포인트 떨어지면 4조5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히는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영임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세입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재정적자가 반복되고 있다”며 “거시경제 전망의 현실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에 거둘 법인세도 최근 경기 상황을 볼 때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예측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조차도 기재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장밋빛이라고 지적한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지난해에도 세수 전망과 결산이 2조5000억원 차이나는 등 경제성장률과 세수 전망 간 차이가 너무 크다”며 “경제성장률 전망을 현실화해 내년에도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1990년 이후 모두 네 차례(1998년 2004년 2005년 2013년) 세입 부족으로 인해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기재부는 3.9%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한국은행(4.0%)보다 낮고 IMF나 투자은행(IB)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객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작성한 수치라고 설명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0.1~0.2%포인트 정도의 오차로 인한 세입 부족액은 전체 세입 규모로 볼 때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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