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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만난 모교 총장] "여성에게도 야망을 권하는 시대…소통 리더십으로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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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 조선혜 지오영그룹 회장

황선혜 총장
2016년부터 기숙사 입소 의무화…단합심 높일 터
공과대 신설 등 융·복합인재 육성위해 학제개편

조선혜 회장
투명한 사회가 될수록 여성 고위직 진출 늘어
폭넓은 네트워크 구축·책임감 등 역량 강화를




사회=박기호 지식사회부장

지난 8월19일 오후 5시30분 서울 효창동 숙명여대 내 창업보육센터에서는 ‘타운홀 미팅’이라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청년 일자리·창업 정책을 주도하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 대학을 돌며 연 첫 번째 공청회였다. 행사에는 신용한 청년위 일자리창출분과위원장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청년위가 ‘타운홀 미팅’ 첫 번째 장소로 숙대 창업보육센터를 고른 데는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키워드인 여성, 문화, 창업을 모두 아우르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9월 18대 총장에 취임한 황선혜 총장은 공과대학 신설 추진, 리더십 교육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여성기업가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CEO가 만난 모교 총장’ 기획에서도 ‘여성 리더십’을 통해 국내 최대 의약도매업체 지오영의 창업자 조선혜 회장을 파트너로 초빙했다. 조 회장은 숙명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숙명여대-하노이대(베트남) 한국어문화교육센터 설립을 주도하는 등 모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숙명여대 총장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 학번 차이(황 총장이 조 회장 1년 선배)로 이름이 같고, 1991년 한 사람은 교수 생활을 시작하고 다른 한 사람은 창업을 했다는 공통점도 있어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사회=박근혜 정부 출범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3선 등으로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선혜 회장=여성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은 소통 능력이라고 봅니다.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큰 덕목이 소통입니다.다른 부서들과 협업할 줄 모르는 사람이 중역으로 승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배려하는 능력도 여성의 특징입니다.

▷황선혜 총장=그런 소통 능력이 지오영을 국내 최대 제약 유통업체로 키운 비결인 것 같습니다. 여성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수용성입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동적이라는 평가가 있어요. 그러나 다르게 보면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해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내가 가진 역량을 더하면 전혀 새로운 가치를만들어낼 수 있죠.

▷사회=여성 리더십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됩니다.

▷황 총장=가사와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너무 많아요. 육아는 남녀의 공동 책임이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는 1999년CEO에 오를 때 남편이 직장을 그만뒀다고 합니다. 몇 년 전 피오리나 전 CEO를 만나 ‘남편의 결정이 대단하다’고 했더니 ‘가족을 위해 남편도 당연히 가사를 담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국내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체의 2.8%밖에 안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조 회장=예전에는 부모가 딸을 키우면서 현모양처가 되길 바랐죠. 요즘 부모들은 딸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길 원합니다. 그런데도 사회는 아직 여성이 야망을 갖는 것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남성에게 야망을 권장하는 것과 큰 차이죠.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더욱 뚜렷한 목표와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창업할 때부터 후진적인약품 유통구조를 혁신하겠다고 결심했고 여전히 그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선 한 획을 긋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황 총장=정부가 직장에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이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종교시설이나 주민센터 등 유휴시설을 더 적극적으로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어린이집이 많아지면 보육교사 일자리도 많아질 텐데, 국가가 교사의 자질이나 대우 등을 철저히 관리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을겁니다.

▷조 회장=박근혜 대통령이 투명성을 많이 강조하는데, 투명한 사회가 될수록 임원이나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이 많아질거라고 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기본적으로 투명하기 때문이죠. 한국 경제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물론 공격적인 남성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 남성들은 여전히 투명한 여성이 임원이 되는 걸 꺼립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될수록 투명한 여성들이 많이 활약할 수 있을 거예요.

▷사회=여성 리더십 키우는 길은.

▷황 총장=숙명여대는 여성리더십이 강조되기 훨씬 전인 2004년 교육부 리더십특성화대학으로 지정됐고 현재 39개 리더십 그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교생의 15%가량인 1500여명이 활동 중이죠. 교내 의전과 캠퍼스 투어를 담당하는 숙명앰배서더, 외국에 입양된 한국인에게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알리는 SIWA봉사단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공동체와 나누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조 회장이 말씀하신 열정과 목표도 갖게 됩니다. 2016년부터는 기숙사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지내는 ‘숙명 로열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시작해 단체 리더십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줄 예정입니다.

▷조 회장=리더가 되기 위해선 먼저 자신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해 봐야죠. 리더십 커리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남성들은 여러 종류의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만드는 데 비해 여성들은 네트워크가 친한 관계에만 집중되는 편입니다. 위험 부담을 지거나 꼭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일에 나서는 자세도 남성에 비해 부족한 편이죠.

▷사회=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과 창업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황 총장=박 대통령은 ‘청년이 우리의 내일이고 미래의 경쟁력’이라고 했습니다. 거기에 여성을 더하면 진정한 경쟁력이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문화와 예술, 디자인, 정보기술(IT) 등에선 분명히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 강점이 되죠. 그래서 숙명여대 창업보육센터는 문화와 디자인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숙명여대는 또 공과대학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기존에 갖고 있는 자산과 공학을 더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학제를 개편할 계획입니다.

▷조 회장=창업을 해보니 은행 융자가 중심인 국내 자금조달 시스템은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은행이 대표이사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도 한 번 실패하면 재기 불능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이고요. 패자부활전만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도 창업이 많이 활성화될 겁니다.

▷황 총장=실패에 대한 배려가 절실합니다. 보통 기업이 100개 새로 생기면 성공하는 기업은 3개 정도뿐이라고 하죠. 우리 사회는 성공한 기업인만 너무 조명하는데, 실패한 사람이 왜 실패했는지 정확하게 알릴 필요도 있습니다.

▷사회=중소기업과 청년의 눈높이 차이가 실업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 회장=청년들에게 중소기업에 입사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습니다. 급여와 복지 수준이 다르고 사회적인 평가도 차이가 너무 크니까요. 청년들이 대기업 찾는 걸 비난해선 안됩니다. 오히려 기업이 변해야 합니다. 좋은 인재가 되도록 끊임없이 교육해야 합니다. 직원을 좋은 인재로 만들어서 더 좋은 기업이 돼야 그만큼 더 좋은 인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황선혜 총장은

숙명여대 영문과(72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시펜스버그에서 영문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교육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숙명여대 교수로 임용됐고 1997년 국내 대학 최초로 미국 영어 교사 양성 과정(TESOL) 설치를 주도했다. 국제어학교육센터장, 학생처장, 문과대 학장 등을 거쳐 작년 9월 18대 총장에 선임됐다. 한국사회언어학회 회장, 한국응용언어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조선혜 회장은

숙명여대 약대(73학번)를 나와 인천병원에서 근무하다 1991년 퇴사하고 지오영의 전신인 의약품 유통업체 성창약품을 설립했다.

지오영, 지오영네트웍스, 청십자약품 등 10개 계열사로 구성된 지오영그룹은 2009년 국내 제약도매업체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조8000억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제약유통이사, 한국의약품도매협회 회장을 지내며 의약품 유통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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