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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대우증권클래식 정상 오른 배희경 "다운스윙때 하체 먼저 돌려야 장타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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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대우증권클래식 정상 오른 배희경

자신있게 치면 러프에 빠져도 속은 '후련'
"은퇴한 뒤 제 이름 건 아카데미 하고파"




지난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DB대우증권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3년 만에 첫 승을 올린 배희경(21·호반건설)은 각종 프로암에서 아마추어 동반자들 사이에 최고 인기를 끄는 선수다. 배희경은 잘못된 부분을 즉석에서 교정해 ‘빨랫줄 타구’를 만들어주는 ‘레슨의 귀재’다.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후배들에게도 ‘족집게 레슨’을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희경은 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한 인터뷰에서 “레슨을 해준 뒤 잘 치는 후배나 지인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사람들이 한 수 가르쳐달라는 말을 안 하면 섭섭할 정도”라며 “3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한 뒤 제 이름을 건 아카데미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를 본 ‘즉석 레슨’은 페어웨이우드였다고 한다. “아마추어들은 페어웨이우드를 칠 때 대부분 공을 띄우려고 해서 뒤땅을 쳐요. 그냥 공만 맞추라고 하면 바로 달라지죠. 200야드를 치려고 하지 말고 150야드만 보내려는 마음을 먹고 공만 맞추면 되거든요.”

KLPGA투어 장타 랭킹 8위인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장타를 칠 수 있느냐’는 것. 그는 “아마추어들은 드라이버를 칠 때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오른쪽 어깨가 먼저 달려든다. 하체가 먼저 회전을 해야 하지만 이 부분은 말을 해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 거리를 늘리고 싶다면 이 부분을 집중 연습해야 한다”고 답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리듬을 꼽는다. “샷이 가장 잘될 때 제 스윙을 촬영해놓습니다. 대회 기간 중 제 스윙 동영상을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서 봐요. 연습을 하다가 샷이 안될 때도 30분가량 보죠. 그런 다음 연습을 하면 리듬이 돌아옵니다.”

배희경은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3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김세영(20·미래에셋), 이민영(21·LIG)과 ‘절친’이다.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코스 공략도 함께 상의할 정도다. 김세영이 지난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뒤 한 달 내내 밥을 샀다고 한다.

연초에 셋이 연습라운드를 하며 내기를 딱 한 번 해봤다고 한다. 각자 5만원을 걸고 가장 잘 친 사람이 15만원을 가져가기로 했다. 배희경은 “내가 가장 잘 쳤는데 돈을 안 주고 모른 척했다. 미리 돈을 걷고 내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 뒤로는 음료수 내기밖에 안 한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3명 중 샷이 가장 좋은 선수는 이민영이지만 유일하게 아직까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는 “우승은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다. 특히 마지막 날 퍼팅이 들어가줘야 우승할 수 있다. 민영이도 조만간 우승컵을 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희경은 이번에 드라이버 샤프트를 60g에서 50g으로 가볍게 하고 퍼팅 스트로크를 때리는 스타일에서 밀어치는 식으로 바꾼 덕을 봤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효험은 ‘자신감’이었다. “(김)세영이가 우승한 배경에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캐디 오빠가 듣고 저에게도 ‘자신감있게 치라’고 조언을 해줬어요. 대회장인 휘닉스파크GC의 러프가 길어 티샷을 조심해야 하지만 신경쓰지 않고 자신감있게 치니까 오히려 정확도가 더 높아졌죠. 트러블 지역을 피하려다 빠지면 기분이 나빠 멘탈까지 무너지지만 자신있게 쳐서 빠지면 속은 후련하거든요.”

전북 백제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배희경은 80타대를 치던 수준이던 중학교 3학년 때 동갑인 장하나(21·KT)와 한 대회에서 동반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장하나는 당시 ‘장타 소녀’로 이븐파 언저리를 기록하고 있었고 방한한 타이거 우즈(미국)로부터 ‘스윙이 좋다’는 극찬을 받는 등 유명세가 높았다. “그때 제가 장하나보다 드라이버샷이 더 나갔어요. 장하나가 속상했는지 ‘너 그렇게 멀리 치고 파 못하면 내가 언니다’라고 약을 올린 적이 있어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고 국가대표끼리 맞붙은 평가전에서 탈락한 배희경은 직후에 열린 프로대회 LIG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았다. “2009년 고2 때는 한 대회에서 86타와 84타를 치고 골프를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나가고 그만두자고 나간 파맥스배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았죠.”

태극마크에 아쉬움을 갖고 있는 배희경은 “내년에 미 LPGA투어에 진출해 세계랭킹을 높여 2016년 골프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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