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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서 뭉친 중견·中企, 20억弗 프로젝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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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개발·발전소 건설


지난 27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컨티넨털호텔. BKB, BHI, 선도전기 등 중소·중견기업으로 이뤄진 한국 컨소시엄이 현지 10위권 기업인 가츠르트그룹과 총 사업비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텝신 고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석탄광산 개발과 600㎿급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석탄에 촉매를 더해 액화천연가스(LNG)와 비슷한 에너지를 만드는 디메틸에테르(DME) 개발 및 생산, 180㎞의 철도 건설 등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는 투자 사업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리스크가 크고 시기가 좋지 않다’며 주저하는 사업에 당찬 도전장을 던졌다.

장병기 BHI 회장은 “중견기업으로 크니 대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할 일이 많다”며 “리스크를 짊어지고 새 시장에서 사업을 개척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발전용 대형 보일러를 주력으로 하는 BHI는 이미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과 대등한 기술 경쟁을 벌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배전 설비를 만드는 선도전기의 윤한모 부사장은 “대기업 납품 수익률은 3% 안팎에 불과하다”며 “언제까지 큰 기업에 기댈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대형 해외 SOC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첫 사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컨소시엄 중 가장 덩치가 큰 코스닥 상장기업인 BHI는 매출 5000억원, 직원 486명에 경남 함안에 본사가 있다. 선도전기(안산), BKB(부산) 본사도 지방이다. 정시우 BKB 회장은 “시골 기업들이 큰 일을 하기 위해 뭉쳤다”고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DEM 플랜트 기술을, 하나대투증권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맡는 등 측면 지원한다.


"대기업 납품 이익률 3% 불과…지속 성장하려면 해외서 승부"

이들의 몽골 진출 시기도 도전적이다. 불과 2년 전 세계 경제의 마지막 자원 보고(寶庫)로 여겨졌던 몽골은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환율과 물가가 동시에 급등하며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친바트 가츠르트그룹 회장은 “지금이 몽골에서 해외 기업과 합작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적기”라고 단언했다. 몽골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서다. 가츠르트그룹도 지난 10년간 묵혀 놨던 텝신 고비지역 광산을 개발하겠다는 결정을 올해 초 내렸다. 가츠르트는 농업, 축산업, TV, 호텔 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몽골 10위권 기업이다. 석탄광산 지분 80%를 갖고 있다. 광산은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약 230㎞ 떨어져 있다. 석탄 매장량은 10억t이며 화력발전소 한 곳이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몽골 정부는 DME 생산 공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질적 대기오염을 없앨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철룬바트 몽골 경제개발부 차관은 “사업이 추진되면 몽골 정부와 국민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BHI와 선도전기는 SOC 자본금의 5~10%가량 투자를 검토 중이다. 현지 기업과 50 대 50으로 합작할 경우 BHI가 한 해 벌어들이는 현금을 전부 쏟아부어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도 해외 직접 투자를 모색하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형 SOC 프로젝트에 대한 중소·중견기업의 직접 투자는 제품 판매처 확보만 아니라 부가가치까지 높일 수 있는 ‘역발상’ 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프로젝트 주요 주주이기 때문에 입찰 경쟁이 없어 적정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인력과 기술 경쟁력이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BKB는 지난해 서부발전, 현대건설과 함께 미얀마 가스화력발전소(500㎿)를 수주한 트랙 레코드(실적)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이 지난 15년간 쌓은 몽골 정·관·재계 인맥은 사업권을 따내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BHI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이 2010년 1763억원, 2011년 2444억원, 2012년 5021억원 등으로 연평균 70%씩 증가했다.

지난해 순이익(240억원)은 2011년(85억원)보다 약 4배 늘었다. 일반 대기업보다 높은 신입사원 연봉(성과급, 수당 포함 약 5700만원)은 취업철마다 화제가 된다.

울란바토르=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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