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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中, G2 부상의 원동력은 우수 인재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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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교육현장 돌아보니…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 중국의 명문대 캠퍼스에 요즘 관광객들이 몰려서 야단법석이다. 대단한 볼거리가 있어서가 아니다. 중국 학부모들의 교육열 때문이다. 선착순 입장이다 보니 문을 열기도 전에 긴 대기줄이 만들어진다. 칭화대의 경우 적으면 하루 3000명, 많으면 1만명이 넘는다. - 8월16일 SBS

“중국엔 모두 13개의 명문고가 있어요. 쑤저우(蘇州)고등학교도 그중 하나인데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를 명문고에 넣으려고 혼신의 힘을 쏟죠.”

중국 국가여유국(한국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국에 해당)의 서울사무소 판쥐링(범거령) 소장은 쑤저우고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의 고교 입시경쟁이 한국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며 이렇게 귀띔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고교 진학시 입학시험을 봐야 한다. 쑤저우고교는 1035년에 설립돼 무려 1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국제반도 둘러본 인천고의 권태국 교장 선생님은 “중국이 미국과 맞먹는 G2로 올라선 데는 우수 인재를 키우는 데 전력투구하는 중국식 교육제도의 힘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교류를 확대하고 심화시킨다는 합의에 따라 한국의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37명과 기자들을 초청해 상하이(上海))와 난징(南京), 쑤저우를 둘러보는 “아름다운 중국 여행-한국 고등학교장 초청 중국 화둥(華東) 지역 수학여행 답사 연수’ 행사를 가졌다. 중국 국가여유국, 상하이시 여유국, 장쑤성 여유국, 중국동방항공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4박5일간 세계의 경제 중심지로 커가는 상하이와 중국의 고도(古都) 난징, 그리고 쑤저우의 역사 문화 관광지와 교육현장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화둥 지역은 중국에서 경제가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강남(江南) 문화의 본고장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상하이, 장쑤(江蘇), 저장(浙江), 안후이(安徽)성 등을 포함한다.

# 명문대 입시 경쟁 치열

중국식 교육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은 인재에 달려 있다는 철학 아래 우수한 인재를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인성이나 평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명문고나 명문대를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한국에 못지 않다.

중국 정부의 우수 인재 육성은 고교 입시 시험이 있다는 데서 우선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학제는 초등학교(소학교)와 초급중등학교(우라의 중학교에 해당), 고급중등학교(고등학교에 해당), 대학으로 나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우리처럼 정해진 학군 안에서 진학한다. 자신의 호적(후커우)이 있는 학군의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학군 학교로 전학하려면 기부금을 내야 한다. 기부금 액수는 대도시일수록, 유명 학교일수록 비싸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곳은 1년에 1만 위안(약 19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학생이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했거나 예체능에서 뛰어나다면 기부금 없이도 좋은 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다.

고등학교는 ‘중카오(中考)’라는 입시 시험을 치른다. 문제는 성과 시, 현 단위 교육청에서 출제하며 같은 날 시험을 치른 후 성적에 따라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쑤저우고 등 13개 명문 고등학교에 들어가려면 그야말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에서도 우수 학생들은 따로 관리한다. 하버드나 옥스퍼드 같은 해외 유명 대학에 직접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국제반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도 적지 않다. 상하이 진후이 실험학교(우리의 시범학교에 해당) 수업 광경을 둘러보니 한 개 반 학생들만 목에 ‘홍링진’으로 불리는 빨간색 스카프를 두르고 공부를 하고 있다. “왜 일부 학생들만 스카프를 두르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학교 인지핑 교장은 “학생들이 좀 더 노력하게끔 우수 학생들은 먼저 녹색 스카프를 두르게 하고 그보다 더 우수하면 빨간색 스카프를 맬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기부금이나 우수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스카프 착용 허용 등은 학생의 인권과 ‘평등’을 지향하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다.

# '211'공정과'985'공정

우수 인재를 키우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대학으로 이어진다. 중국 정부의 대학 정책 핵심은 국가 프로젝트인 ‘211 공정’과 ‘985 공정’에 담겨져 있다. 문화대혁명 기간 폐허가 되다시피 한 대학 교육을 재건하자는 목표에서 1990년대 초 출발한 ‘211 공정’은 ‘21세기에 대비해 세계적 수준의 100개 일류 대학과 중점 학문 분야를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1기 211 공정’에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 고등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으며 현재는 ‘2기 211 공정’을 진행 중이다.

‘985 공정’은 ‘211 공정’이 진행되던 1998년 5월에 시행돼 ‘985 공정’이란 이름이 붙였다. ‘세계 일류대학 건설 프로그램’이 정식 명칭이다. 1998년 5월4일 당시 장쩌민 총서기가 베이징대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다음 세기에는 우리도 일군의 대학이 세계 일류 대학의 행렬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985 공정’에 선정된 대학은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다. 현재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상하이교통대 시안교통대 등 30여개 대학이 ‘985 공정’ 지원 대상 대학으로 선정돼 있다.

# 교사도 능력 따라 대우

“장쑤성 초·중·고등학교의 교사들은 전임교사와 핵심교사, 특급교사로 나뉘어져 있어요. 성과에 따라 보수도 차이가 많죠.” 성 교육청 허싱추 주임의 얘기다. 교사에도 계급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계급이 특급교사다. 특급교사는 1978년 덩샤오핑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제도로 교사로서 가장 큰 명예로 여겨진다. 각급 학교는 특급교사가 있다고 알려지면 일약 명문으로 도약할 수 있어 특급교사를 모시려고 아우성이다.

교사 채용도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꼭 나와야 하는 한국과 다르다. 중국의 초·중·고 교사들은 원칙적으로 사범학교나 사범대학, 대학의 사범계 학과를 나와야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일반 대학을 나와도 교사로 임용된다. 석사 이상은 사범계가 아니라도 중고 교사로 임용될 수 있다. 교사 임용은 학교의 권한이다. 또 한번 한 학교의 교사로 임명되면 별일이 없는 한 다른 학교로 가지 않고 그 학교에서 근무한다. 초·중·고의 반과 담임도 입학할 때 정해진 반과 담임 선생님이 졸업 때까지 이어진다. 한번 정해진 선생님이 졸업 때까지 책임지는 담임교사 책임제다.

# 정치에 휘둘리는 한국의 교육

“경제적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교육에서도 치열하게 우수 인재를 키우는 걸 보니 적지 않게 반성할 점이 있는 듯합니다.” 연수회에 참여한 광주 대동고의 국형근 교장 선생님은 중국의 교육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떻게 하면 우수 인재를 키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평준화를 달성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처럼 명문 학교임을 드러내놓고 자랑하거나, 교사를 능력별로 나눠 차등 대우하거나 한다면 난리가 난다. 교육 기회의 평등에 중점이 두어지는 게 아니라 결과의 평등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예산 지원을 무기로 신입생 선발에까지 꼬치꼬치 간섭한다. 이러니 하향 평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곁에 앉은 한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역사에서 대한민국이 중국을 앞지른 때는 광복 후 60년 정도였다. 이번 중국 연수에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경제와 글로벌 인재를 키워내는 학교 현장을 둘러보니 이제 그런 시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교육마저 정치에 휘둘리면서 추락해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상하이·난징·쑤저우=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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