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은 원안고수도 문제지만 수정안도 문제가 적지 않다. 이대로라면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40~50대는 기존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받는 것보다 되레 불리해진다. 기초노령연금은 월 최고 9만6800원에서 2028년 20만원으로 오르지만, 기초연금은 10만원만 지급되는 탓이다. 실제 정부 재정추계로도 2030년이 되면 기초연금(49조3000억원)이 기초노령연금(53조6000억원)보다 덜 나가게 돼 있다. 관료들이 온갖 꼼수로 주물럭거리다 개악해 문제만 더 꼬였다. 그럼에도 장관들은 뒤로 숨고, 주무장관은 도망치듯 사퇴 소동이며, 청와대 비서진은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다.
민주당은 ‘공약 먹튀’라며 맹공을 퍼붓는다. “국회에서 공약을 100% 지키게 만들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야당 동의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국회이니 엄포만도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의 대선공약은 ‘노인 80%에 월 18만원’으로 정부안과 대동소이했다. 이제와서 자신의 공약은 의미가 없고 정부는 공약 지키라는 것은 기초연금을 정쟁수단으로 여기는 꼴이니 국민 눈에는 오십보백보다.
애초에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의 세 배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문제의식은 온데간데 없고 선거판 포퓰리즘 공약과 정치권의 당리당략으로만 남고 말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야당일 때는 기초연금 늘리라고 아우성치다 여당이 되면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는 게 난형난제다. 진정 노인 빈곤을 걱정한다면 정치권은 솔직하게 반성부터 해야 마땅하다. 복지공약마다 이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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