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 뉴욕에 있는 허드슨연구소.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이곳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문했다. 국가안보에 공헌한 인물에게 주는 ‘허먼 칸 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고개가 갸웃할 일이지만, 이날의 수상자는 아베 총리였다. ‘허먼 칸 상’이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단상에 오른 아베 총리는 수상 소감 형식의 연설 대부분을 ‘집단적 자위권’에 할애했다. 총리 취임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오던 집단적 자위권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 등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타국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일본의 현행 헌법은 이 권리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연설의 논리는 이전보다 한층 정교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약한 고리론’. 아베 총리는 “미국이 주된 역할을 맡고 있는 지역 및 세계 안보 틀에서 일본이 ‘약한 고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리아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싫지 않은 주장이다.
평화라는 말에는 ‘적극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아베 총리는 “나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은 일본인에게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을 자랑스럽게 짊어지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군비가 일본의 두 배를 넘고, 매년 10% 이상씩 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올 들어 11년 만에 겨우 0.8% 군비를 증액하는 데 그쳤다는 구체적인 숫자도 동원했다. 마지막엔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자극적인’ 멘트도 준비했다.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부디 그렇게 불러달라.”
아베의 논리는 얼핏 허점이 없어 보인다. 일본이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중국 등 일본의 침략을 당했던 이웃 국가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마저도 반대 깃발을 들 만큼 일본 내에서조차 울림이 크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라는 첫 단추를 모른 척 건너뛴 탓이다. 전쟁을 일으켰던 예전의 일본과 지금의 일본은 다르다는 것을 주변국은 물론 자국민에게도 전혀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는 이미 ‘우익 군국주의자’로 불리고 있다. 자신만 모를 뿐.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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