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공장 해외이전 늘며 '이중고'
몇달간 한 대도 못 판 곳 수두룩…매물로 나온 유휴설비 올해 8조 육박
지난 23일 오후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중고기계 매매단지. 긴 추석 연휴가 끝났음에도 이곳은 아직 휴일의 나른함이 묻어났다. 밝은 대낮에도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드문드문 셔터 문을 닫은 곳도 눈에 띄었다. 문만 열어놓은 채 불은 꺼놔 영업하는 곳인지 분간하기 힘든 곳이 많았다.
박종포 산업기계유통업협동조합 전무는 “요즘 장사가 되는 곳이 별로 없다”며 “연휴가 끼어 있으면 오래 쉬는 곳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두 달간 한 대도 못 팔아”
매매단지 안에서 규모가 제법 큰 ‘서울프레스’에 들어서니 윤대진 사장이 오랜만에 외부 사람을 보는 것처럼 반갑게 맞이했다. 330㎥(약 100평) 크기의 매장에서 각종 중고 산업기계를 취급하는 ‘서울프레스’는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공작기계를 3억~4억원어치나 재고로 쌓아두고 있었다.
윤 사장은 “이번 달은 물론 지난 7, 8월 두 달 동안 한 대도 팔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재고의 절반인 1억5000만~2억원어치는 매달 팔리는 것이 정상인데, 요즘 손님이 너무 없다”며 “물건만 가져간다면 손해를 보고서라도 처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프레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100㎥(약 30평) 안팎의 매장을 운영하는 영세 업체들은 팔리지 않는 중고기계들을 매장 밖에 쌓아놓고 있다. 천막으로 대충 덮어만 둔 곳이 많았다. 습도에 약한 기계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영세 매매상들은 “기계가 팔리지 않아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고기계 매매업체들의 수익도 크게 떨어졌다. 과거에는 매입한 가격에 10% 이상 마진을 붙여 팔았는데, 지금은 5% 정도 붙여 파는 것도 쉽지 않다. 부품을 교체하고 도색해 신제품처럼 만드는 ‘오버홀’ 작업을 해야 거래가 그나마 이뤄진다. 중고품은 신제품 가격의 절반 이하에 거래되지만 오버홀 제품은 70~80%가량 받을 수 있다.
◆경기침체·공장 이전 ‘이중고’
중고기계 거래가 위축된 것은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공장들의 해외 이전으로 일감을 잃은 중소기업들이 많아진 탓이다. 건설ㆍ조선ㆍ철강ㆍ해운ㆍ화학 등 대부분 산업의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것까지 감안하면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잠재적 유휴 기계설비가 아직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박영탁 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산업계 전반의 과잉설비가 국내 경제에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기계 매물이 넘쳐나는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프레스 중고기계 매매업체 두산에스케이엠의 우태섭 대표는 “대기업 1차 협력사에 납품하는 2, 3차 협력사들이 중고기계를 주로 찾는데, 1차 협력사들이 대기업을 따라 해외로 자꾸 나가니까 2, 3차 협력사들의 일감이 계속 줄고 중고기계 수요도 감소한다”고 진단했다.
한국기계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유휴설비 유통 규모는 6조7000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부도로 나오는 기계설비와 최근 10년간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12.7%)을 바탕으로 기계거래소가 추정한 수치다. 올해 말에는 1조원 가까이 늘어난 7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계 업체들은 실적 부진
기계 제조업체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중고기계가 많이 팔려야 새 제품 수요도 늘어나는데,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 기계를 파는 대리점들은 갈수록 쌓이는 기계 신제품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중고기계 값을 시세보다 높게 쳐서 사주는 ‘보상판매’를 최근 많이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들인 중고기계는 다시 매물로 시장에 나온다.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기계 제조업체들의 영업실적은 부진했다. 국내 대표적 기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3조97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줄었다. 영업이익은 1783억원으로 50%가량 급감했다.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화천기공의 상반기 매출(1126억원)과 영업이익(73억원)도 각각 9.2%와 10.9% 감소했다. 동양피엔에프 서암기계공업 신진에스엠 등 중소 기계업체들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김홍중 기계거래소 차장은 “새 기계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기계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고기계 매매를 활성화하고 수출로 연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고기계의 품질 신뢰를 높이고 이를 담보로 한 금융권 대출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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