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100% 재활용 추진
연간 60억 전기 생산
"기업가치 높인 뒤 매각"
지난 7월 취임한 주우식 전주페이퍼 사장(사진)이 요즘 공을 들이는 사업은 폐수처리시설이다. 전북 전주시 팔복동 제1공장에 짓고 있는 이 시설은 연말 가동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여느 폐수처리시설과 다른 점은 ‘전력까지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이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부가가치 창출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주 사장은 “전주페이퍼를 ‘자원순환 선도기업’으로 만들어 기업가치를 높이고 적절한 시점에 기업 매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폐수서 시간당 2㎿ 전기 생산
제지회사의 일반적인 폐수처리 시스템은 폐수 속에 있는 유기물을 정화한 뒤 방류한다. 그러나 전주페이퍼는 미생물을 이용해 폐수 속 유기물을 발효시켜 메탄을 발생시키고, 이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있다.
이 시설이 가동되면 하루 2만8000의 폐수를 처리해 1만2000㎥의 메탄을 얻고, 이를 연소시켜 시간당 2㎿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만든 전기는 전량 한국전력에 판매하는데, 연간 60억원 규모다. 초기 투자비용(130억원)을 3년 내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 사장은 “메탄가스로 전력을 생산하는 국내 첫 시설”이라며 “전주페이퍼는 이 시설을 완공함으로써 종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100% 재활용하는 퍼즐을 완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각재도 재활용
연간 100만의 신문용지(출판용지 일부 포함)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신문용지업체 전주페이퍼는 폐지를 원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원료의 90%가 폐지다. 폐지를 물에 불리고 화학처리해 펄프를 만들면 부산물로 슬러지가 나오는데, 이 슬러지를 소각로에서 태워 종이 생산에 필요한 스팀 에너지를 만든다.
소각로에서 나온 재도 지난해부터 재활용하고 있다. 이 소각재에는 다량의 생석회 성분이 들어 있다. 시멘트처럼 물질을 굳게 만드는 성분이다. 박종운 전략기획실장은 “제지 소각재로 만든 고화제(응고시키는 물질)는 물 흡수력이 좋고 살균작용이 뛰어나 하수슬러지를 인공토양으로 만들 때 쓴다”며 “제지소각재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분야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페이퍼는 이에 앞서 2009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도 지었다.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는 폐목재나 폐플라스틱, 생활쓰레기 등을 잘게 썰거나 적당한 모형으로 바꿔 원료로 쓴다. 전주페이퍼는 여기서 생산하는 시간당 15㎿의 전기와 100의 스팀을 제지공정에 쓰고 있다. 연간 300억원의 에너지 절감으로 발전소 건설에 투입된 비용(500억원)을 이미 뽑고도 남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업가치 높이는 데 매진”
주 사장은 폐기물 100% 재활용 시스템을 내달 대구에서 열리는 ‘2013 대구 세계에너지총회’에서 발표한다. 그동안 오염을 발생시키는 곳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진 제지 공장을 ‘재활용 선도공장’으로 탈바꿈시켰음을 선포하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전주페이퍼는 지난해 매출 7516억원, 영업이익 372억원, 당기순이익 84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7000억원대에서 수년간 정체됐고 당기순이익도 매출의 1% 안팎에 머물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으로 삼성전자 이사와 삼성증권 부사장, KDB금융지주 수석부사장을 거친 주 사장이 자원 재활용 사업에 적극 나선 것은 ‘회사 매각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주페이퍼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한솔그룹 구조조정과정에서 팬아시아페이퍼와 한국노스케스코그 등에 경영권이 넘어갔고 2008년 모건스탠리PE(58%)와 신한PE(42%)가 지분을 다시 넘겨받았다. 사모펀드인 이들은 전주페이퍼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매각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재무와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주 사장을 영입했다.
주 사장은 “에너지 절감 작업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 일반 신문용지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포장지 등 특수용지 쪽에 투자를 늘리겠다”며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원매자가 있다면 적절한 시점에 기업 매각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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