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가 응집된 명당은 과연 어떤 곳일까. 생기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으로 양기와 음기로 나뉜다. 음기는 땅속에 존재해 만물을 탄생시킨다. 땅 밖의 양기는 성장과 결실을 주관하는 기운이다. 음기는 물, 온도, 양분과 같은 기운이 복합된 개념인데 그중에서도 물이 가장 중요하다. 만물이 탄생하기에 가장 알맞은 양의 물을 간직한 땅이 음기가 충분한 명당이 된다. 물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흉지로 간주된다.
묘지로 정한 곳에서 물이 나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사체를 매장하면 살과 피는 곧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뼈만 땅속에 남는다. 이 과정을 육탈이라 부르는데 관에 물이 차 사체가 물에 잠겨 있으면 찬 물의 기운에 의해 육탈이 되지 않는다.
그 결과 피부에 싸인 뼈가 생기와 감응치 못해 후손에게 흉한 일이 일어난다고 풍수학자들은 믿는다.
‘쑥대밭이 되었다’는 말은 물이 찬 조상의 묘에 쑥이 자란 경우다. 조상의 묘에 물이 차면 후손이 음덕을 받지 못해 집안이 망했다는 뜻이다.
땅속에 암반이나 잡석이 들어 차 있어도 흉지로 본다. 바위는 생기의 요소인 물을 품지 못해 바위를 딛고서는 초목이 무성히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혹 바위 틈에서 초목이 자라긴 하지만 바위 자체의 생기를 공급받은 게 아니라 흙속에 간직된 물 때문에 생존이 가능한 경우다.
만약 가뭄이 이어진다면 바위에 얹힌 흙은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그 곳에 뿌리를 내린 초목도 다른 곳보다 빨리 말라 죽는다. 바위와 돌은 생기가 부족한 물질이다. 그런 곳에 묘를 쓰거나 집을 지으면 흉하다고 본 것이다.
주택을 건축할 때도 이런 원칙이 적용된다. 좋은 곳에 집을 짓더라도 자갈 등으로 정원을 꾸미면 좋지 않다. 정원의 넓이를 생각지 않고 무턱대고 돌을 많이 놓거나 정원에 콘크리트를 깔면 땅이 가진 힘·양기·기쁨 등 ‘흙의 생기’가 억눌린다. 음기를 불러와 흉해진다.
자연적인 상태라면 바위와 돌, 자갈, 모래, 흙 중에서 적당량의 물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흙’뿐이다. 물론 흙이 생기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흙은 생기의 요소인 물을 적당히 간직하고 있어 흙이 있으면 곧 생기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흙은 생기덩어리다. 명당 역시 땅속이 고운 흙으로 뭉쳐 있는 곳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적당량의 물을 간직한 채 사시사철 만물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땅. 풍수는 그 곳을 하늘이 감추고 땅이 비밀로 부친, 천장지비(天藏地)의 혈이라 부른다. 이런 곳의 흙은 주위와는 다소 다르다. 돌처럼 단단해 보이나 흙으로 곱게 바스라지는 비석비토(非石非土)의 상태에서 홍황자윤한 색깔이 스며 있다면 명당이다. 흙이 좋은 곳이 진정한 명당인 셈이다.
풍수지리는 결국 좋은 흙을 통해 알맞은 물을 얻는다. 그런 이후에야 좋은 방향을 통해 최적의 바람을 얻어 ‘명당’이 탄생하는 것이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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