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의 시설 투자를 돕기 위한 대출·보증 자금 규모를 5조3000억원 늘린다. 또 신소재 등 신성장 분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조원 규모의 ‘창조경제 특별보증’ 제도도 신설한다. 정부가 올 들어 내놓은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집행 효과를 이어가기 위한 ‘미니 경기부양책’이다.
○‘가속상각’ 한시적 허용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민생 대책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대를 유지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8.3% 줄었는데, 미국발 금융위기로 기업 투자가 위축된 2009년 상반기(-2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하반기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중소기업도 전체의 22.5%로 지난해 하반기(25%)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중소기업 시설 자금 공급 규모를 당초 32조8000억원에서 38조1000억원으로 5조3000억원(대출 3조4000억원·보증 1조9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정책금융공사가 28조6000억원의 시설자금 대출을 해주고, 신용기술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4조2000억원을 보증한다.
또 중소기업이 투자한 자금에 대한 회수 기간을 단축시켜 주는 ‘가속상각(加速償却)’ 제도를 내년 3월까지 한시 도입한다. 기업의 설비투자 금액은 5~10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감가상각)하고 세금을 감면받는다. 예를 들어 A기업이 10년 동안 감가상각이 이뤄지는 100억원짜리 기계 설비를 구입할 경우 1년에 10억원씩을 기업의 과세대상 매출에서 빼주는 식이다.
정부는 이번에 감가상각 기간을 기존 ±25%→±50%(A기업의 경우 5년)까지 조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10년짜리 감가상각을 필요로 하는 기계의 경우 지금은 해당 기업이 상각 기간을 7년6개월에서 12년6개월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5년에서 15년 사이에서 폭넓게 상각할 수 있게 된다.
상각 기간을 앞당길 경우 기업은 투자금을 조기에 비용처리할 수 있어 그 만큼의 절세(節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설비투자 펀드 5조원으로 확대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도 중소기업의 시설 및 설비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한다. 저(低)리에 설비투자 자금을 빌려주는 ‘설비투자 펀드’를 3조원에서 5조원으로 2조원 늘리고, 신성장 분야에 투자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설 자금을 지원해주는 창조경제특별보증(2조원)을 신설한다.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늘린다. 중소기업의 상품 디자인이나 법률 컨설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60억원→116억원)하고, 수출 유망기업에 해외 진출 전략과 같은 컨설팅을 지원하는 ‘글로벌하이웨이’ 프로그램을 신설(100억원)한다.
중소기업ㆍ소상공인에 대한 융자와 보증 보험 등 정책금융도 올해 82조원에서 95조원으로 확대된다. 산업단지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노후 산업단지 리모델링을 위해 8222억원을 지원하고, 경제자유구역 등 특별구역의 기반시설 구축에도 240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정관 기재부 종합정책과장은 “최근 우리 경제는 주요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투자 등 민간 부문에서는 회복 기미가 약하다”며 “경기 개선 흐름이 민간까지 이어지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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