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어가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계열사 현대로템의 증시 입성 준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IPO 업계에선 현대로템이 흥행에 성공해 다른 대기업들의 IPO에 활로를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가 변변치 않을 경우 IPO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1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계획대로 상장 절차가 진행되면 이르면 10월 말께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철도사업과 전차, 전투차량 등 방위사업, 자동차 및 제철 설비를 비롯한 플랜트사업 등을 영위하는 종합 중공업 회사다.
공모 규모는 총 2706만 주. 2대 주주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MSPE)가 보유한 구주 600만 주를 제외한 2106만 주를 신주 모집한다. 공모 희망가격은 1만7000~2만3000원. 공모 희망가 하단을 적용한 공모 규모는 4600억 원이며, 상단을 적용할 경우 6224억 원에 달한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다.
증권업계에선 현대로템의 상장으로 위축된 IPO 시장의 분위기 반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PO 시장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장을 계획하던 대기업들이 실적 부진 등으로 줄줄이 상장 추진을 중단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회사 19곳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곳 뿐이다. 전북은행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상장 폐지되고 상장한 JB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유가증권시장에 새로 입성한 회사는 DSR 한 곳에 그쳤다.
현대로템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현대로템의 흥행 성적이 상장을 주저하고 있던 대기업들의 상장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공모 규모가 크고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이란 점에 비춰 현대로템이 흥행할 경우 시장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며 "내년 상반기 IPO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변수"라고 평가했다.
대형 증권사 IPO 부문 담당자는 "현재 국내 증시에서 비교 가능한 동종 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독과점 업체란 점 등이 시장에서 추가적인 매력 요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며 "오랜만의 대어기업이어서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2000선을 회복하면서 새내기 주들의 흥행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1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아미코젠은 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돼 상장 첫 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음달 2일 코스닥시장 상장 예정인 지엔씨에너지의 경우 이날 공모가가 희망가격 구간(5000~5800원)의 상단을 웃돈 6000원에 결정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희망 공모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기계업종 담당 연구원은 "공모 희망가 상단은 내년 예상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5배 수준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 미만으로 프리미엄 부여를 고려해도 부담스러운 가격" 이라며 "안정적인 실적과 성장성 등을 감안하면 희망가 하단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상장 후 삼성생명처럼 대어급 IPO 기업들이 거친 '상장일의 저주'를 뿌리칠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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