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보·베르사체·체루티 등 27년간 30여종 브랜드 수입…수입의류·명품수입협회장 지내
“발렌티노 정장에 아이그너 벨트를 차고 던힐 서류가방, 까르띠에 볼펜을 들고 갔어요. 그들과 같은 눈높이의 패션감각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것이 저만의 사업 노하우입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국가공로훈장 기사장을 받은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62)은 27년 전 베네통 사장을 찾아갔던 일화로 15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무리 큰 회사 사람이 찾아가더라도 패션에 대한 이해가 없다 싶으면 이탈리아에선 절대 거래하지 않는다”며 “30대 동양인이 무턱대고 찾아갔는데도 말이 잘 통했다”고 했다. 그는 “그때부터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탈리아 기업들이 지금까지 같이 사업하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권 회장은 2006년 한국 패션업계 종사자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 경제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국가공로훈장 기사를 받았고, 지난 14일 이탈리아로부터 같은 훈장을 받았다. 두 나라에서 기사장을 받은 한국인은 권 회장이 처음이고, 이탈리아 훈장을 받은 한국 패션업계 종사자는 2008년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권 회장은 의류 완제품에 대한 수입 자유화 조치가 내려진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콜롬보, 베르사체, 이사이아, 지안 프랑코 페레, 아이스버그, 핑코, 체루티 등 30여개 이탈리아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다. 또 웨어펀인터내셔널의 자회사 오페라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이탈리아 작가들의 미술품을 전시해왔다.
권 회장은 “이탈리아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온 공로와 함께 오페라갤러리를 통해 회화, 조각 등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인에게 꾸준히 소개했다는 점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가 감사를 표현한 것”이라며 “단순히 자국의 제품을 판매했다는 점이 아니라 ‘문화 비즈니스’ 차원에서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아랍어를 전공하고, 한양주택에 입사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근무하면서 명품브랜드에 대한 안목을 키운 권 회장은 국내 명품업계 1세대로 꼽힌다. 그는 “일부 국내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해외 패션 브랜드를 손해보면서까지 들여오는 건 문제”라고 쓴소리도 했다. 그는 “끌로에, 지방시, 발렌티노 등 이미 국내 사업 파트너가 있는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사업 제의가 온 적이 많았지만 저는 국내 파트너가 있는 브랜드는 아무리 사업성이 높다 해도 전혀 손대지 않았다”며 “오랜 기간 한우물을 파는 사업가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상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수입의류협회 회장, 명품수입협회 회장, 국제무역인클럽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04년 41회 무역의 날엔 한국 명품산업 육성에 기여한 공로로 업계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08년엔 한국무역학회 무역진흥상을 받았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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