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주춤해지고 있다. 주 공략지인 중국에서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외환위기 우려가 제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규 출점 규모 축소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해 중국 내 신규 출점 목표를 당초 20개 안팎에서 10여개로 축소했다. 롯데마트는 작년 말 102개였던 중국 내 점포 수를 올 연말까지 12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고 지난 1월에만 3개 점포를 새로 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우려가 본격화된 지난 2분기부터 신규 출점이 둔화됐다. 롯데마트는 2분기 중국에서 2개 점포를 새로 열고 2개 점포는 문을 닫아 점포 수를 늘리지 못했다.
롯데마트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2분기를 바닥으로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연말까지 5~6개 점포를 새로 낸다는 방침이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5개, 베트남에서 2개 점포를 새로 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에서 105개, 인도네시아에서 34개, 베트남에서 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체인인 롯데슈퍼도 중국 신규 출점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해 9월 중국에 처음 진출한 롯데슈퍼는 올해 40여개 점포를 새로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신규 출점은 5개에 그쳐 현재 1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연말까지 5개 점포를 더 열고 내년 출점을 위한 부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다.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27개 점포 중 11개를 매각한 데 이어 더 이상 새 점포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중 첫 점포를 열기로 했던 베트남 진출도 늦어지고 있다. 허인철 이마트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더 이상 투자는 없을 것”이라며 “베트남은 급하게 들어가선 안 되고 신중하게 가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해외 부문 적자 부담
해외 점포의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 유통업체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체들은 영업규제와 경기침체로 국내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히자 해외 진출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해외 영업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비를 지출해 해외 부문이 오히려 회사 전체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상반기 해외에서 3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40억원의 적자를 낸 지난해 상반기보다 손실 규모가 커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해외 진출 초기에 개설한 점포는 조금씩 흑자를 내고 있지만 1~2년 내 출점한 점포들이 아직 손실을 내고 있다”며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지난해 613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270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유통업 애널리스트는 “중국 인건비와 임대료가 급등하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까르푸 등 글로벌 선두 유통기업마저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는 최근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한 데다 정부 인허가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변수다. 이마트 관계자는 “베트남 호찌민에 출점을 위한 부지까지 확보했지만 허가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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