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는 국내여행
물속에서 나무가 자라고 북한강·남한강이 춤추며 만난다…새벽 물안개 속세의 때 씻어주고
금강 하굿둑 해질녘 철새들의 군무…아름답구나, 너와 함께 가고 싶다
사진만 보면 마치 인간세계가 아닌 듯한 곳이 있다. 물속에서 나무가 자라는 경북 청송 주산지는 원래 수몰지구였다. 새벽안개가 물씬 피어날 즈음 주산지를 찾으면 선경처럼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경기 양평 두물머리 또한 새벽 풍경이 일품이다. 금강 하굿둑은 황혼 무렵에 아름답다. 철새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길목에 거대한 그림자를 만든다. 우리 땅이 아름답다는 것을 사무치게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다. 가을 초입 꼭 가볼 만한 여행지 3선을 소개한다.
○선경처럼 펼쳐지는 청송 주왕산 주산지
주왕산(721m)은 수려한 경관과 거대한 암봉이 있어 국내 3대 바위산의 하나로 손꼽힌다. 남성미 물씬 풍기는 암봉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웅장하다. 이런 모습 때문에 주왕산은 본디 ‘돌로 둘러친 병풍’이라는 의미로 석병산이라 불렸다. 지금의 이름은 통일신라 이후 붙인 것으로, 중국 진나라에서 건너온 주왕이 숨어든 곳이라는 전설에 따른 것이다. 주왕이 숨어 살았다는 주왕굴, 주왕의 아들딸을 위해 창건했다는 대전사와 백련암 등 곳곳에서 주왕의 이름을 딴 유적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송군과 영덕군에 걸쳐 있는 주왕산은 1976년 국내 열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산의 북서부에 태행산과 대둔산이, 중앙부에 주봉격인 두수람 등 평정봉이 있다.
○물안개 자욱한 양평 두물머리
두물머리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태백의 검룡소에서 시작된 남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두 물길이 만나는 곳이라고 해서 양수리라고도 불린다. 두물머리는 오래 전 나루터로 번창했다.강원도 정선과 충북 단양에서 올라온 많은 배들이 서울 뚝섬과 마포로 가기 위해 들르는 마지막 정착지였기 때문이다. 두물머리 나루터의 명성은 팔당댐과 함께 생긴 육로 때문에 빛이 바랬지만, 이제는 그 육로 덕분에 새로운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두물머리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물안개 자욱한 새벽 풍경이다. 이 멋스러운 장면을 사진에 담기 위해 사시사철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 CF에도 두물머리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두물머리의 터줏대감 느티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수령 400년이 넘는 이 느티나무는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세 그루가 몸을 섞은 것으로 두물머리의 상징이 됐다.
○철새들이 만드는 자연의 수채화, 금강 하굿둑
금강하굿둑은 ‘금강의 종착역’이자 철새들의 낙원이다. 둑은 충남과 전북을 가르며 군산만으로 흘러든 400여㎞ 금강 줄기의 하구를 가로질러 1990년 완공됐다. 하굿둑 일대는 겨울이면 40여종 50여만 마리의 철새를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명성이 높다. 큰고니, 가창오리, 청둥오리 등이 날아오며 가까이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 시설도 마련돼 있다.
금강하굿둑부터 신성리갈대밭까지는 철새 서식지로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로 알려진 신성리갈대밭은 자연학습장과 사진 촬영 포인트로도 인기가 높다. 총길이 1841m의 하굿둑은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을 잇는다. 하굿둑 인근에 금강하굿둑놀이공원과 한산모시관 등이 있으며, 군산의 근대사 유적도 오래된 온기를 전해준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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