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빗어 올린 머리, 선이 고운 얼굴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사슴 같은 눈망울. 요즘 KBS 2TV 아침 드라마 ‘TV소설 은희’의 여주인공으로 매일 오전 9시에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배우 경수진(27)이다. 데뷔한 지 1년6개월, 여덟 번째 작품 만에 얻은 주연이다.
“지난 봄부터 쉬지 않고 작품만 하다 보니 어느새 가을이네요. 이번 명절 연휴에는 이틀 정도 촬영이 없어요. 오랜만에 시흥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겠어요!”
지난해 KBS 2TV ‘적도의 남자’에서 말괄량이 지원 역으로 데뷔했을 때 그의 나이가 스물여섯이었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배우의 길을 선택했기에 연기에 대한 조바심이 날 법도 하다. 하지만 경수진은 오히려 한걸음씩 천천히 배우의 길을 다져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대학에서도 스포츠산업학과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적성에 안 맞는다는 걸 깨달았죠. 연기를 하고 싶다고 느낀 뒤로는 한 우물만 파보자는 생각으로 달려들었어요. 지금은 배우로서 제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만 고민하고 있어요.”
학교를 나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홀로 연기학원에 다녔다는 경수진.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하던 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의 눈은 마치 눈앞에 생생한 풍경을 마음에 아로새기듯 촉촉이 젖었다.
“소속사와 계약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일기를 썼어요.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고 입술 도장도 찍었죠. 내가 꿈꿔왔던 일들이 하나둘씩 이뤄져 간다고 느꼈거든요.”
경수진은 ‘아역 전문 성인 배우’라는 수식이 붙을 만큼 많은 작품에서 아역으로 출연했다. 한 가지 더. 데뷔작 ‘적도의 남자’를 비롯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KBS 2TV ‘상어’ 등 8편의 작품 속에서 무려 일곱 번이나 누군가의 첫사랑 역할을 맡아야 했다. “첫사랑 전문 배우의 이미지가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특유의 털털한 웃음을 터뜨렸다.
“첫사랑 역할이 부담스럽지 않으냐고요? 아니요. 그만큼 많은 남자에게 사랑받는 역할이라는 뜻인데 싫어할 이유가 없죠. 첫사랑 역할은 많이 맡을수록 좋아요.”
KBS 2TV ‘드라마스페셜-스틸사진’을 연기생활의 전환점으로 꼽은 경수진은 ‘스틸사진’을 통해 확실한 연기 성장을 체감했고, 연기에 대한 생각도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적도의 남자’ 이후 연기의 미숙함을 처절하게 통감했다”며 “‘스틸사진’을 찍으며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됐고, 무조건 빨리 목적지로 가기보다는 천천히 나를 돌아보며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수진이 ‘상어’ 이후 선택한 ‘은희’는 그래서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그가 미니시리즈보다 비교적 호흡이 긴 아침 드라마를 택한 것은 또래 배우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다.
“‘은희’를 촬영하면서 은희와 저에게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진취적인 성격을 갖고 성공을 위해 점차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닮은 것 같아요.”
경수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그는 “아직도 가장 어려운 건 연기”라고 답한다. 그는 “반효정, 나문희, 고두심 선배를 보며 여배우의 삶은 길게 봐야 한다고 깨달았다”며 “여배우로서 가진 것들을 감사하면서 ‘나의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타’보다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경수진.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매일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는 그가 써내려갈 ‘배우의 역사’가 궁금해진다.
글=김광국 텐아시아기자 realjuki@tenasia.co.kr
사진=구혜정 텐아시아기자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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