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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헷갈리는 '시진핑식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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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며칠 전부터 중국에서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는다. 이 신문이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가 부패혐의로 처벌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낸 직후부터다. 후진타오 전임 정부가 원자바오 전 총리 가족의 부패혐의를 보도한 뉴욕타임스와 시진핑 주석 가족의 재산 규모를 보도한 블룸버그통신의 접속을 차단한 것과 다르지 않다.

시진핑 총서기 겸 주석의 취임 일성은 ‘법치주의’였다. 그는 지난해 총서기 취임 직후 “공산당은 반드시 헌법과 법률의 범위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당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이 말은 이후 공산당 내부에서 보수파와 개혁파 간 논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파문을 일으켰다. 일부에서는 법치주의를 앞세운 정치개혁을 기대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 주석의 입에서 ‘법치주의’라는 말이 실종됐다. 오히려 법치주의와 배치되는 조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공산당 중앙서기처는 지난 4월 당 간부들에게 ‘9호 문건’을 내려보냈다. 중국 사회에서 일곱 가지 요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당의 권력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제시된 일곱 가지는 △보편적 세계가치 △언론의 자유 △시민사회 △인권 △공산당의 역사적 오류 △권력 및 부유층 비판 △사법 독립 등이었다.

지난 8일 인터넷 유언비어를 없애겠다며 처벌을 강화한 조치도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은 인터넷 유언비어를 사회질서 파괴행위로 간주해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1년간의 연구 끝에 고심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했지만, 법률전문가들은 “사실상 법의 개정을 입법부가 아닌 법원과 검찰이 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저명한 중국 학자는 최근 한국 지인에게 “시 주석의 법치주의는 공산당 지배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집권 후 “파리든 호랑이든 때려잡겠다”며 부패청산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법치에 기반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보복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재판이 이를 보여줬다. 시 주석이 추구하는 반(反)부패가 과거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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