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사회 의장에 김창근 씨…구조조정 속도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이 SK건설 부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건설업 침체로 경영난을 겪게 되자 최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SK그룹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그룹 주도로 SK건설의 정상화가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6월 허명수 GS건설 최고경영자(CEO)가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등 오너가 출신 건설사 경영인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SK건설은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최 부회장이 건설이사회 의장직과 SK건설 부회장직에서 사퇴했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이날 건설이사회에서 “SK건설의 체질 개선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사회 의장과 부회장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SK건설은 오는 10월 이사회와 주총을 열어 공석이 된 이사회 의장직에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협의기구다. 다만 SK케미칼과 SK가스의 부회장 겸 대표이사직은 최 부회장이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또 최 부회장은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보유 중인 SK건설 주식 132만5000주(약 564억원)도 SK건설 법인에 무상증여하기로 했다. 최 부회장은 현재 SK건설 주식 227만주를 보유 중이다. SK건설의 최대주주는 SK(주)로 지분율이 40.02%이고 다음이 SK케미칼(25.42%), 최 부회장(9.61%) 순이다. 이번 출연으로 최 부회장의 SK건설 지분율은 4%대로 낮아진다.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삼남인 최 부회장은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이번 결정은 SK건설이 그룹과의 결속을 강화해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SK건설 고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저가 수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사업을 키우기 위해 SK그룹의 높은 신용도를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했다. SK건설은 올 상반기에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공사 현장에서 손실을 보며 26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후임 이사회 의장으로 재무전문가인 김 의장을 선택한 것도 경영실적 개선을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외환위기 당시 SK그룹의 재무 구조조정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2004년부터 SK케미칼 부회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실적 반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온 점 등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최 회장, 최재원 부회장 형제의 선고공판(27일)을 앞두고 나왔다. 그런 만큼 그룹 경영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회장 구속으로 오너 부재 상황이 길어지고 있는데다 최 부회장의 SK건설 지분 감소로 최신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의 계열분리설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SK건설을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 구속 중인 최 회장이 건설을 챙기고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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